보리스 존슨(57) 영국 총리가 ‘파티게이트’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불신임표가 41%나 달해 물가 급등, 에너지 위기 등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실시된 당내 총리 불신임안 투표에서 살아남은 뒤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간) 보수당 하원의원 신임투표에서 찬성 211표(59%), 반대 148표(41%)로 신임을 받아 총리직을 지켰다. 보수당 규정에 따라 소속 의원(359명)의 과반인 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여왕이 집권당의 대표를 총리로 임명한다. 존슨 총리는 1년간은 당내 신임투표에 부쳐질 위험을 피하게 됐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봉쇄로 모임이 금지된 시기에 총리실 파티에 참석한 일로 경찰로부터 방역규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받았고 이로 인해 도덕성과 권위에 흠결이 생겼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의 사임 요구에 시달렸다.

지난달 25일에는 총리실 내 엉망진창 술판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정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다시 핫이슈가 됐다. 특히 지난 3일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존슨 총리 부부가 야유를 받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신임투표의 촉매제가 됐다.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은 보수당 의원들은 즉각 신임투표를 추진했다.

하지만 막상 영국 정가와 언론에서는 투표가 실시되면 존슨 총리가 재신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내각에 장·차관 등으로 참여한 의원만 해도 수십 명인데 이들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존슨 총리 지지 의사를 밝혔고 무엇보다 총리 후보감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투표 전 보수당 의원들에게 세금 인하와 경기부양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생산성 없는 논쟁은 야당에 빌미만 제공할 뿐이고 자신이 물러나면 브렉시트 논의가 끝없이 공회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가 얻은 찬성률은 59%,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음이 확인된 불안한 승리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봉쇄 중 파티와 관련해서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는지에 관한 의회 조사도 남아있다.

한편 존슨 총리가 받은 찬성률은 2018년 12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63%보다 낮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6개월 뒤 스스로 사임 결정을 내렸다. 당시 보수당 의원들은 그를 몰아내기 위해 재신임 투표 금지 기한 단축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