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윤희본 씨.

책 속에는 진돗개들이 펄펄 뛰어다니고 있다. 칡덤불 사이로 멧돼지를 추적하는 진돗개의 모습을 순간 포착한 사진(111쪽)을 포함해 책에 실린 풍성한 진돗개 사진들은 빼어나다. 책 제목에 어울리게, 글은 더욱 눈길을 잡는다. 한국의 자랑 진돗개가 처한 절박한 형편을 알려주는 위기 의식과 진돗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윤희본의 진돗개 이야기(사진 임인학 등 4인/꿈엔들/1만2000원)다. 그는 왜 초복(지난 15일)에 즈음해 '진돗개의 모든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일까.

-'진돗개는 순종이란 명칭을 쓸 단계가 아니다' '진돗개는 자연견종'이라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진돗개는 순종이란 개념을 아직 적용시킬 수 없다. 인간이 진돗개의 외형적·내성적 특질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택 번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경적 고립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유전적 특질을 지닌 자연견종으로 보아야 한다.

-그게 어떤 의미를 갖나. 자연견종이란 것이 오히려 진돗개의 장점과 생명력을 부각시키는 요인 아닌가.

▲많은 애완견종들은 인위적 선택 번식을 통해 자연스러움과 자연미는 줄어들고 인간만을 위한 모습과 성질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 진돗개는 개의 본성과 자연미를 잘 갖추고 있어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이 난다. 그러나 아직 생물학적으로 '원종' 단계에 있다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한다.

-어떤 문제점인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견이면서도 그 원형과 표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끝없는 순종-잡종 논쟁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진돗개의 외모는 중국 전역에 살고 있는 개들과 매우 흡사하다. 만약 중국이 세계적인 애견단체에 중국개를 표준으로 등록하고 진돗개를 아류 또는 잡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애견계의 '동북공정', 애견계의 '교과서 왜곡' 같은 사태가 벌어져 진돗개의 정체성마저 뺏길 수도 있다.

-이 책의 특징과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5년 전에 진돗개에 관한 책을 썼다. 그러나 여전히 진돗개의 특징이 뭔지, 어떻게 키울지,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논의의 진척이 없다고 판단했다. 진돗개는 세계적인 애견 기관인 세계애견협회(FCI), 영국 켄넬클럽(KC)에 등록된 명견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에서는 '진돗개'인지 '진도개'인지조차 헷갈려 한다.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저자 윤희본 씨는 사단법인 전견등록협회와 애완동물협회 심사위원, 진도축협 전국진도견 품평회 심사위원, 아시아애견연맹 국제심사위원, 한국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정무기획 비서실 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도 전국적 애견단체와 진돗개 관련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