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저자 한학수 씨는 MBC의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당사자이다. 이 책은 한 PD가 황우석 사태를 추적해 황 박사의 오류와 오도를 밝혀내고 끝내 이 당대의 과학 거물을 거꾸러뜨린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관심을 끈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저널리즘의 테두리 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황우석 사태를 다룬 수많은 책들의 구성도 이런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특정한 분야의 시선에서 이 사태를 집중조명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정작 과학 또는 과학사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찬찬히 황우석 신화의 전말을 종합한 시도는 드물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김근배(사진·전북대 과학학과) 교수가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을 냈다.

"황우석 연구팀의 복제기술은 2002년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섭니다. 연구팀이 자신감을 가질 만했죠. 그러나 황우석팀이 간절하게 원했던 줄기세포의 실용화 연구를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이 더 필요했지요. 바로 줄기세포 배양기술입니다. 이것은 황교수팀에게 없었습니다. 미즈메디병원이 가세하게 됐고 그 뒤 일련의 논문조작사건이 터지게 됩니다."(저자)

저자는 학위는 과학사·과학철학으로 받았지만 학부에서는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황우석 문제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과학계의 저자로서 출중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 책은 준비와 집필에 4년이 걸렸다는 점, 황우석 사태가 터지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나왔다는 점이 장점이다. 들끓는 분위기에서 서둘러 쓰지 않고 차갑게 사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더 큰 의미는 총체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을 통해 황우석 사태가 갖는 사회적 배경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과학은 과학 자체로 머물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사회 속에서 움직입니다." 김 교수가 "복합적인 과학 내부의 궤적과 '과학-사회 네트워크'라는 중층적인 시각으로 황우석 연구팀의 과학을 둘러싼 문제들을 새롭게 조망했다"고 말한 대목은 이를 뒷받침한다.

과학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사유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돌 하나에 새 두마리' 효과다. "저는 황우석 연구팀이 실력마저 형편 없었다거나 처음부터 조작하기로 마음먹고 연구에 임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과학과 사회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조작 문제가 잉태되고 불거진 것이지요." 김 교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온갖 자료를 섭렵하는 등 엄청난 공력을 들였다. 덕분에 이 책은 과학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읽는 맛도 좋은 과학 다큐멘터리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