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과 강동윤 9단이 만났다. 둘 다 후지쓰배를 한 번씩 우승한 적이 있는 강자들이다.

박 9단은 꾸준히 공부하며 조금씩 실력이 느는 노력형으로 알려져 있고 강 9단은 '천재'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둘 다 천재성과 노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 비중이 약간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흑1·3의 마주 보는 향소목 포진에서 흑5로 한가운데를 두는 것은 현대에 와서 나타난 포석. 이 수로는 어느 한 쪽 귀를 굳히는 것이 보통이다.

백6에는 흑7로 받고 백8에는 흑9로 협공한다. 흑9로 '가'에 받으면 좌우동형이 되는데 프로기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으로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10은 8을 가볍게 처리하려는 수. 참고도의 백2·4로 팔짝팔짝 뛰어 진출하는 것이 보통의 정석이나 이 경우 상변 흑이 안정되어 있어 백만 일방적으로 쫓기는 형국이다.

〈참고도〉

그래서 백8을 흑에게 넘기고 백12·14로 신천지를 개척해 가는 작전을 쓴다. 이 모양처럼 상대편 돌이 많은 곳에서는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흑15에 백16으로 협공하여 오른쪽에 폭넓은 백진을 건설한다. 흑17에서 23까지는 하나의 정석.

여기서 강 9단은 백24로 우하귀를 굳힌다. 화점은 백14로 굳히고 난 후 또 다시 백24의 굳힘수를 두어야 하는 것이 약점이나 이렇게 굳히고 나면 귀의 실리가 크고 주변도 단단해서 현대의 기사들은 이 모양을 싫어하지 않는다. 발이 느리지만 한 수 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