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은 돌부처 이창호 9단과 바둑스타일이나 자세 면에서 많이 닮은 기사다. 두텁게 두어 후반에 추격하는 기풍이며 대국자세가 진중하고 경솔한 실수를 하지 않는 면이 이창호와 똑같다.

옛날 어느 바둑도장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박정상 소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차분하고 신중한 모습에서 마치 제2의 이창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실은 소년 박정상은 평소 주의가 산만한 까불이였다고 한다. 자세를 고치고 주의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바둑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랬던 박정상은 훗날 프로로 데뷔했다.

후반 추입력이 좋은 박 9단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까. 형세는 반면으로 비슷해 보인다. 흑이 상당한 성과를 거둬야 계가바둑을 만들 수 있다.

〈참고도〉

박 9단은 흑87로 미끌어지듯 들어간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무리이니 이 정도로 끝내기를 할 수밖에 없는 곳. 흑91까지 결정짓고 이번에는 흑93에 붙여간다.

백94때 흑95로 공배를 메워 백집 속의 허를 노린다. 이 수가 박정상의 강점을 보여주는 끈끈한 수. 이에 별 생각없이 덜컥 단수를 하면 흑의 노림에 걸려든다.

참고도의 백2로 단수하고 보는 것은 흑3에 받아 흑A로 잡는 수와 흑B의 끊음이 맞보기라 백이 곤란해진다. 백96으로 지키고 흑97에 백98로 막아 60여 집이 확정되었다. 흑105로 호구치고 109로 따내 흑집도 많이 늘어났는데 형세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