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 9일 부산 동구 범일동 LIG아트홀에서 이뤄진 일본 공연단의 인터미디어 퍼포먼스 'true'.

- 무용수와 수많은 디지털 기계, 감각의 탐구·확장에 대해 고민

'디지털시대에 나는 감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지난 8, 9일 부산 동구 범일동 LIG아트홀에서 공연된 인터미디어 퍼포먼스(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대표적 사례) 'true'(본지 지난 1일 자 16면 보도)는 감각과 인식에 관한 철학적 주제를 다룬 난해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센터인 일본 YCAM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2007년 창작돼 일본은 물론 홍콩 이탈리아 캐나다 싱가포르에서 호평을 받았다.

무용수가 유리잔을 두드리면 '쨍'하는 소리 대신 북소리가 났다. 관객들에게 오감을 통해 당연하게 인식하던 것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우리가 보는 느끼는 세계가 실제가 아닐 수 있음을 첨단 디지털 기계를 활용해 보여준다.

유리잔, 생수병, 지구본, 빨간 비옷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이 등장했다. 테이블에는 5개의 구멍이 나 있는데 오감이 실제와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무용수 두 명의 복장을 보면 한 명은 평상복 차림이고 다른 한 명은 양복 차림이다. 과학기술을 지배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용수의 몸에 부착된 센서와 무대의 디지털 기계는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형태의 LED 빛, 소리, 동작을 만들어냈다. 사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울 만큼 사물과 사물, 사물과 무용수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무용수는 지구본의 날짜 변경선을 예로 들며 "이쪽의 오늘이 저쪽에서는 내일이 된다"고 말했다. 빨간 비옷도 조명에 따라 파란색으로 변했다.

철학자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는 "춤을 추고 소리를 듣는 등 '감각의 탐구', 기계와 인간이 융합해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는 '감각의 확장' 두 가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주혜자 연극연출가는 "우리의 감각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며 "감각의 확장을 연극 연출에 응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함수경 감성무용연구회 대표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짜임새 있게 진행되다 보니 관객이 참여하고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도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같은 영상이라도 기호, 문자, 선이 다양하게 준비됐다. 수준 높은 인터미디어 퍼포먼스를 부산에서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