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문화예술 행사마다 국비가 확정되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불꽃축제. 국제신문 DB

- 정부 예산관리 강화
- 지자체간 경쟁 배분탓

- 올해 한달 가량 지연
- 해외초청팀 계약 차질
- 행사축소·변경 우려

- 문체부 "이달내 결정"

사례1. 부산국제연극제는 오는 5월 행사를 앞두고 해외 초청 10팀을 확정했다. 하지만 계약서를 만들어놓고도 아직 이들 팀과 계약은 미루고 있다. 올해 예산 7억5000만 원(잠정) 중 국비(신청 3억 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현빈 사무국장은 "지난해는 1월에 예산이 확정돼 해외팀 초청 경비 책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는 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이 늦어져 해외팀 초청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부산국제연극제(도우겐의 슬픈연가 공연 장면). 국제신문 DB

사례2. 부산국제무용제는 17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올해 예산 5억4500만 원(잠정) 중 국비(신청 2억8000만 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행사 계획 일부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순 운영위원장은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을 세운 것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문화예술 행사마다 비상이다. 정부의 국비 지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행사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부터 관행적으로 지원하던 보조사업 예산을 줄이겠다는 지침을 밝혀 그동안 받아왔던 국비마저 위태로워져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아직 국비가 확정 안 된 국제 문화예술 행사는 부산불꽃축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합창제, 부산국제마루음악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등 7개이다. 지난해는 1월 중순께 국비가 확정됐지만, 올해는 한 달가량 늦어지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국제신문 DB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 문화예술 행사 예산 지원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이전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문화예술 행사를 지원할 때 문예진흥기금과 관광진흥기금에서 번갈아 돈을 내려줬다. 하지만 올해부터 민간예술단체 행사나 사업은 문예진흥기금에서, 지자체 국제 문화예술 행사는 관광진흥기금에서 돈을 받도록 했다. 관광진흥기금 선정 방법은 공모제이다.

문제는 전국 지자체가 국비를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이달 내에 결정하겠다는 지침만 내려준 채 발표를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행사 주체마다 국비 확정 내용만 쳐다보느라 사업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국비 신청액보다 돈이 적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행사 축소나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부산축제조직위원회 김기웅 홍보팀장은 "올해 국비 지원 방침이 바뀌어 일단 5억 원을 신청했는데 이는 지난해(6억 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이마저도 온전히 받지 못하면 다른 부분에서 재원을 충당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결국, 행사 규모가 축소되거나 수준이 떨어지게 돼 고민이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문체부가 이번 주 내에 최종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 만큼 일단 국비를 확인한 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