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라 부릅니다. 이름도 참 뚱딴지같습니다. 생긴 모습과 크기가 하나같이 다릅니다. 이놈은 생강뿌리 같고, 저놈은 알토란같습니다. 닭알처럼 오진 놈도 있고, 메추리알처럼 자잘한 놈도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닮은 놈이 없습니다. 캐내어 얼굴보기 전에는,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요량삼아 모두 캐내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땅 속 돌부리에 채이고,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자투리서 살던 놈들입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올망졸망합니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 잘 궁굴리며 살아갑니다. 못났다고 손가락질 안합니다. 미웁다고 등 돌리지 않습니다. 편 가르지도 않습니다. 같은 탯줄에 굳게 매달려, 마주잡은 손길이 아주 딴딴합니다. 하나같이 자기와 다른 얼굴 다독여줍니다. 절대 손 놓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름붙인 돼지감자, 괜히 부르기 미안해지는 이름입니다.



▶최원준=1987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 시집 '금빛미르나무숲' '北邙' 등. 문화공간 '守怡齋(수이재)' 대표.

〈시작 노트〉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문화, 다양한 공동체…. 이제 다르다는 것은 특별한 개성으로 다가옵니다. 다양하다는 것은 최고의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뚱딴지같은 다양한 개성이, 미래를 이끄는 지대한 동력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