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의 본질인 '에로스'와 죽음과 파괴의 충동인 '타나토스'는 예술가들이 가장 표현하고 싶어하는 주제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저자는 인간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에서 항상 긴장된 삶을 사는 존재로 "죽음까지 파고드는 극적인 사랑을 통해서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죽음과 입 맞출 때 역설적으로 '사랑을 산다'고 할 수 있다"(36쪽)고 했다.

슈베르트는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렸던 자신의 삶을 운명의 속삭임과도 같은 죽음으로 장식하기를 원했다.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아름다운 선율은 마치 죽음의 찬미와 같다. 일찍이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목도한 슈베르트처럼 에로스와 죽음의 회화 작가로 알려진 뭉크와 실레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슈베르트와 다르지 않다. 그들이 표현한 죽음을 불사한 사랑 앞에 우리는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저자는 특별히 죽음과 함께하는 사랑과 인간들이 이런 사랑에 천착해 온 이유를 문학과 회화적 상상력에서 찾는다. 역사적으로 예술가들은 상상의 힘을 빌려 이상적이고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면서 죽음이라는 비극적이고 치명적인 결말을 마다치 않았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장르 중에서 회화적 색채의 환영과 시적 메타포가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상호작용을 표현하는 데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

삶을 연장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죽음은 역설적으로 사랑을 살리는 제의적 의미를 지닌다. 모딜리아니가 자주 그린 그의 연인이자 아내인 잔 에뷔테른이 택한 자살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한 사랑으로 남고자 하는 제의적 죽음이며 핏빛 어린 열망의 소산이다. 또 다른 죽음을 부르는 비극은 자기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한 데서 비롯된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와 제롬의 '피그말리온'은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로 묘사되는 지독한 자기애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결국 죽음으로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을 향한 욕정적 사랑이 초래하는 비극은 죽음으로 끝나기도 한다. 아르테미즈, 데릴라, 유디트, 살로메 등은 아름다운 미모로 남성을 유혹하고 끝내 죽음으로 이끄는 대표적인 팜므파탈로 회화사를 장식하고 있다. 쿠르베의 '잠'과 로트렉의 '키스'는 사랑에 빠진 여성과 여성, 그리고 남성과 남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앞일을 예상하지 못한 채 사랑은 모든 것들을 극복한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서로를 탐닉하지만, 비극적 결말을 피할 수 없었다. 동성애의 비애다.

"인간은 사랑과 죽음을 통해 자신에게 부과된 삶의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동물이다."(8쪽) 어떠한 난관이나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마저 불사하는 열정적 사랑에 사람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은 이런 사랑에서 존재 이유와 삶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갤러리 이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