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8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것은 한여름의 따가운 태양이 아닌 극장가를 휩쓴 영화 '명량' 속의 이순신과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그들에게 신드롬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대중은 두 위대한 리더의 수평적이면서 헌신적인 모습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위로를 대신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인물들의 신화적 혹은 영웅적 이야기가 개인의 삶에 덧붙여져 하나의 거대한 집단적 움직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번 여름 이순신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한 대중의 집단적 지지 현상 역시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인의 위대한 면모를 설명할 때 서두에 신화 혹은 영웅이라는 칭호를 통해 불굴의 노력(의지)을 보다 파급력 있게 설명하려 한다. 대중 역시 개인의 힘을 뛰어넘어 초월적 위치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을 신화적, 영웅적 위치에 올려놓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는 이야기의 근원적인 원형을 통해 이런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며, 인간 내면에 잠재한 영웅을 향한 갈망을 여러 유형의 이야기 방식으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영웅에 관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다. 단적인 예로 호주와 독일에는 영웅 공포 문화가 남아 있다. 과거 세계대전에서 영웅이 되고 싶었던 많은 젊은이가 죽었던 경험과 히틀러를 통해 드러난 극단적인 영웅 모습은 영웅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또 저자는 신화 연구의 대표 서적인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의 여행'이란 개념을 끌어내, 일반인 또는 작가들이 알기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메뉴얼을 만들어 영웅 이야기의 당위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소개한다. '영웅의 여행'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일상 세계에 속해있던 영웅은 모험을 해야 한다는 소명을 받지만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스승의 도움을 받아 몇 번의 시험을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협력자와 적대자를 만난다. 여러 관문을 거치는 동안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불굴의 의지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부활하며, 은혜로운 영약을 가지고 일상 세계로 귀환한다. 이런 영웅 스토리는 현대 모든 스토리텔링에 적용되며,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대중은 신화가 된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결과를 성취한 그들의 모습에서 펼쳐지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에 매료당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자기화하여 계속 전파하고 있다.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