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다이닝 형태의 음악회인 '하우스콘서트'가 지난 8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아트스페이스 움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효 기자

'문화가 있는 저녁'에서는 일반인이 일과가 끝난 저녁에 또 다른 문화적 삶을 누리는 현장 또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 카페 100㎡ 남짓한 공연장서
- 식사 함께하는 '하우스콘서트'
- 매주 관객 50여 명 같이 즐겨
- 문화생활 편하게 누려 인기

지난 8일 오후 7시 부산 동래구 명륜동 아트스페이스 움(Um). 음악과 식사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형태의 음악회인 '하우스콘서트'를 앞두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하나둘씩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소프라노 왕기헌과 테너 이칠성의 듀오 공연이 시작됐다. 100㎡ 남짓한 공연장에 아름답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1부가 끝나고 휴식시간(인터미션)에는 공연장 벽면에 전시된 '부산 재발견 프로젝트' 사진작품의 작가 4명이 모두 무대로 나와 작품을 소개했다.

2부가 시작되고 60여 명의 관객은 'O sole mio(오 나의 태양)' 'Tonight(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한 곡 한 곡씩 작품이 연주될수록 강한 집중도를 보이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출연자들도 자연스럽게 관객의 반응과 박수를 유도하고 중간중간 작품 설명을 곁들이는 등 편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성악가들은 2곡의 앙코르곡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나고 카페 공간에서 성악가들과 관객은 뷔페식 식사를 즐기며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 어렵지 않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진 와인뷔페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문화의 싹을 틔운다'는 뜻에서 붙인 '움'은 2011년 4월 동래전화국 인근 건물 1층에 전체 300㎡ 규모로 문을 연 카페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움은 누구나 쉽고 다양한 예술문화를 접하며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매주 새로운 공연과 전시, 문화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목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움즈 콘서트'는 매회 50명의 관객이 찾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는 6월이면 200회를 맞이한다.

정기회원은 850명. 다양한 연령대가 있지만, 대부분 30, 40대 직장인 또는 주부다. 단골 관객인 초등학교 교사 오수현(여·45·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는 "오픈 초기 지인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 음악을 좋아해 문화회관 등 전문 공연장에도 가지만 처음 이곳에서 마이크가 아닌 생으로 연주를 들었을 때의 감동과 전율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 씨는 "이제는 음악을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곡을 연주하고 싶어 지난해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접근성과 연주자나 작가 등 예술가들과의 교류는 가장 큰 매력. 이칠성 성악가는 "유럽에서는 이런 공간이 많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며 "예술가들도 기량을 펼칠 기회가 많아지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밝혔다. 회사원 김종훈(45·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씨도 "음악가의 호흡과 표정까지 하나하나 느낄 수 있어 감동이 배가 된다"며 "온 김에 전시와 각종 강좌도 즐긴다. 집과 직장 가까이에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 문화생활을 즐기던 직장인이었던 김은숙 움 대표는 "오픈 초반보다 평일 저녁 문화 향유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브런치 메뉴를 추가하고 미술품 거래, 예술가-청소년 멘토링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