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다이빙벨 사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BIFF의 조직위원장이라는 직위를 내세워 영화제가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일이다.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사태'가 벌어졌다. 각 기관의 입장 표명, 해명과 번복을 둘러싼 과정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부산시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이 불러온 마찰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부재가 사건의 표면에서 드러난 것이라면, 두 사태의 연관성 아래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길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사태들은 서막에 불과할 뿐, 머잖아 국가기관의 압력과 검열이 한국영화계의 숨통을 죄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영화제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에서 제작된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타인의 문화를 경험하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축제다. 애초 부산시가 BIFF에 요구한 사항은 영화제가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이번 사태처럼 국가기관이 영화단체와 영화제를 포함한 한국영화계 전체의 자율성을 빼앗고 억압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우려는 관료주의 시스템에 근거해서 한 단체의 수장을 교체하려는 부산시의 몰지각한 해결책과 이용관 위원장이라는 개인의 일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의 파장은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도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영화 창의도시'라는 부산의 이미지를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의 제작과 배급, 상영에 걸쳐 조직적으로 통제될 악몽의 전조를 포함하고 있다.

여러 단체의 성명에서 표명한 것처럼 BIFF로 상징되는 한국 영화에 대한 명령(국가기관이 허용하지 않는 영화를 상영하지 마라)-불복(상영 여부는 전적으로 영화제의 자율적인 권한이다)-보복(단체에 대한 제재와 응징)의 과정은 머지않아 정치권의 모델과 동일한 해결방식으로 영화계에 확산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내포한다. 즉, 문제가 되는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 일단 없애라고 명령을 내리는 정치권의 태도는 표현의 자유보다 국가의 통제와 검열을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되는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 영화제의 상영작 중에서 '그림자들의 섬'(김정근) '밀양 아리랑'(박배일)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곡사)의 상영을 반려한 영화진흥위원회의 결정은 이 같은 의도를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면, 명령에 대한 불복으로 가해진 압박의 형태가 더욱 교묘한 검열의 장치로 변환되고, 국가기관이 금기시한 소재나 주제를 말하려는 영화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다. 영화는 자율성을 뺏기고, 기관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국가가 원하지 않는 영화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작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쉽게 금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검열'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