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의 사전적 의미는 '공권력이 언론·출판·예술 등에 대하여 내용을 미리 살피고 검사하여 그 발표를 통제하는 제도'다. 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의 수단이 되기 때문에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사상과 내용을 규제하는 정치검열과 사회적 도덕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풍속검열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부터 영화에 대한 일제의 검열이 있었지만 한국영화의 심의제도는 영화법 시기와 영화진흥법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박정희 정권이 국가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1962년 사전허가제를 주축으로 한 영화법이 제정되었다. 영화를 '국가주의적 발전동원체제'의 일부로 포섭하려는 의도 하에 1966년 개정된 영화법에서 처음으로 검열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시나리오의 사전검열과 필름의 실사검열이라는 이중검열 체제는 명칭이 다소 바뀌거나 민간기구(공연윤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국가의 통제가 우위에 있음을 표명하는 장치로 자리 잡아왔다. 1996년 이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기까지 20년간 정부 주도하의 통제와 검열은 이어졌다. 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진흥법이 발표되면서 단편영화, 16mm 소형영화, 영화제 상영작은 심의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신설되거나 등급보류제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고, 결국 이는 2002년 제정된 '제한상영가' 규정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정치와 풍속의 정열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근래에 불거진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을 둘러싼 영진위의 조항 수정에 대한 논란과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운영방침을 보면 문화계 전반에 걸쳐 국가의 검열이 사실상 우리의 삶을 일일이 통제하려고 작정했음을 알게 된다.

영화계에 국한해 보면 심의면제권에 대한 심의, 국가가 허용한 26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한해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곧 영화제작지원방침에도 사전검열의 마수가 뻗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등급심사,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이르기까지 제작부터 배급에 이르는 전 과정이 국가의 명령에 따른 하수인 노릇을 하는 조직에 의해 결정될 것이 뻔하다. 특히 현재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정치적인 노선을 뚜렷하게 표방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영화제에서 상영할 기회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다.

무서운 것은 한국영화를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담은 영화법이 박정희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헌법재판소에서마저 악법으로 판단한 그 법을 교묘하게 이름을 바꿔가면서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기관에 떠맡기고 책임을 추궁하는 박근혜 정권의 혈연관계에서 비롯된다. 이제 한국영화계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정부 자체와 기나긴 투쟁에 돌입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