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범일동 가온아트홀에서 관객들이 복도에 걸린 김시영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150석 규모 소극장 2곳에선
-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 관객 대기장소 겸한 갤러리에선
- 두 달마다 새로운 기획전 선보여

- 지역 신진작가 위한 공간 내주고
- 자체 극단 창단해 연극 제작까지
- 시민 위한 예술경영 교육도 계획

문을 닫았지만 소극장을 가득 메운 흥겨운 음악과 관객의 열띤 환호가 바깥으로 터져 나온다. 반대쪽 소극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부부의 애끓는 사랑에 감정이입한 관객이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두 개의 소극장을 아우르는 복도의 새하얀 벽면은 노랑, 빨강, 초록 등 강렬한 원색의 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가온아트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13일 오후 7시 가온아트홀은 뮤지컬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와 연극 '내 사랑 은경씨' 공연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찾은 관객으로 북적였다. 오후 8시 공연을 앞두고 소극장 앞을 서성이는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강렬한 색감의 꽃잎이 인상적인 김시영 작가의 그림 20여 점이었다. 김 작가는 부산과 경남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는 중견 화가다. 박지영(여·23·대학생) 씨는 "그림을 보려면 일부러 갤러리를 찾아가야 했는데 연극 공연을 보러왔다가 그림을 구경하다니 색다른 경험인 것 같다"며 갤러리를 둘러봤다.

복도 한구석은 아담한 북카페가 차지하고 있다. 북카페의 책꽂이를 살펴보니 천경자 화백의 도록을 비롯해 유명 화가의 그림집, 유명 작가의 희곡과 연극 계간지 등이 빼곡히 꽂혀 있다. 김문옥(53·주부) 씨는 "소극장에 연극 관련 책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유명 화가의 도록까지 있어 놀랍다. 공연을 기다리며 그림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가온아트홀 공연장에서 배우들이 연극 '내 사랑 은경씨'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2012년 문을 연 가온아트홀(부산 동구 범일동)은 단순한 소극장이 아니다. 개관 때부터 소극장 2개와 가온아트갤러리문화공간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출발했다. 150석 규모인 소극장 2곳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소화하고, 관객의 대기 장소이기도 한 가온아트갤러리문화공간은 두 달마다 새로운 기획전을 선보이는 갤러리다.

갤러리를 찾는 이들을 위해 낮부터 소극장 문을 활짝 열어놓지만, 이곳이 빛나는 시간은 저녁이다. 관객이 몰려드는 저녁이면 이곳은 연극과 음악이 흐르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그림을 구경하며 책을 읽는 여유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가온아트홀 김정묵 대표는 "공연을 자주 보러 오는 관객 사이에서 갤러리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일부러 그림을 보러 오는 이도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온아트홀이 연극과 미술을 겸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김 대표의 의지 덕분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며 소극장을 의미 있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이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소극장에 갤러리를 마련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가온아트갤러리문화공간은 전문 큐레이터를 초빙하고 신진 작가의 기획전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부산과 창원 가온아트홀에서 번갈아 기획전을 열어 신인들의 작품 소개에도 힘을 쏟는다.

부산에서 10년간 기획사를 운영한 김 대표는 가온아트홀을 개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운영은 물론 '극단 라임'을 창단하고 연극 제작에도 나섰으며, 부산독립영화협회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다음 달부터는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예술경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예술에 눈뜰 수 있도록 공연과 전시에 대해 알려주는 맞춤형 교육이다.

그는 "요즘 공연계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단순히 관객이 웃고 마는 일회성 공연을 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시민이 체험을 통해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도록 유도해야 한다. 소극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1600-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