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고전 영화적인 만듦새를 보여주는 베넷 밀러가 '카포티(2006)', '머니볼(2011)'에 이어 제작한 '폭스 캐처'는 전작들을 능가하는 영화다. 밀러는 세 편의 영화 모두 실존 인물이 겪었던 사건을 영화화하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그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주인공은 모두 괴짜인물이다. 왜곡된 지성과 과장된 자기애를 가진 트루먼 카포티의 진실과 거짓, 메이저리그 하위 팀을 맡아 전적으로 데이터화된 자료만으로 선수를 기용했던 빌리 빈의 확신, 레슬러를 수집하듯 모아들이고 그들을 통해 뒤틀린 욕망을 발산하는 억만장자 존 듀폰은 병적인 강박증과 편집증을 지닌 자들이다.

밀러가 실존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동시대 영화들과 차이를 드러낸다. 첫째, 그가 인물을 관찰하는 시선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에 따르기 때문에 감독만의 태도에 입각한 영화임이 분명하게 제시된다. 감독 스스로 논평을 가하거나 해석이 완결된 상태에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리거나 그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으므로 관객은 밀러의 '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선입견 없이 수용할 수 있다. 그의 영화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다각도에서 인물을 바라본 상을 덧붙이는 형태인 까닭에 관객은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밀러가 이들을 추적하는 방법론에서 심리학적 근원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관심은 밀러의 영화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어서 정신분석적 접근에 의한 이해보다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이 선택하는 지점과 방식, 그에 따른 행동과 그것이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파국이 영화를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폭스 캐처'는 그의 전작보다 역사적 관점이 깊이 개입된 영화다. 듀폰가의 역사가 곧 미국의 건국신화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점도 흥미롭지만, 대립되는 요소들이 투쟁하거나 결별할 때 역학 구조를 드러내는 폭발적인 리듬이 놀랍도록 정교하다. 존의 어머니에게 속한 '말-초원-사냥'과 맨살을 서로 붙들어야 하는 '레슬러의 육체적 움직임-땅에 신체를 밀착시키는 레슬링의 기술-수집품으로 구성된 존의 세계'는 같은 공간에 존재함에도 서로 다른 기운을 뿜어낸다. 또 대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말과 영지 위에 세워진 남북전쟁 기념비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삶과 역사의 무대에서 중심을 차지하려는 욕망의 광기가 대비된다. 밀러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뒤틀린 욕망을 관찰함과 동시에 개인이 속한 역사의 격변기와 한 시대의 퇴장을 차갑고 덤덤하게 바라본다. 그러므로 도달할 수 없는 것에 사로잡힌 남성의 욕망이 다양한 층으로 포개지면서 확산하는 파장의 파열음은 날카롭고 정확하지만 소름 끼치도록 정갈하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