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두드려보면 그의 걸음은 무수한 패배의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패배의 당사자는 우리이고, 승자는 자본이다. 그의 시집 사소한 물음에 답함은 저항의 언어로 가득하다. 동시에 분노로 끓지 않는 표백된 표정의 문자들로 침착과 객관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구가 이 시대 패자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무허가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그의 시구는 실제 자신이 노동자로 살아왔던 기억 속 장소와 일화들에서 출발한다. 일터에서 철야 작업을 진행하다 잠시 주어진 야참시간에 경험했던 평온. 그 정적의 틈에서 동료의 안전화가 철제 안전계단을 철렁 치던 발소리. 그리고 자신의 청각이 기억하는 사과 향처럼 달았던 신참의 목소리.

송경동이 말하는 노동은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의 기운과 세상에서 가장 사람다운 풍경이다. 정당하게 일하고 그 임금으로 소박함을 바라보고 미처 다 설계하지 못한 내일이 어느새 오늘이 되는 그 치열의 평범함이 바로 노동자의 삶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그 평범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불허를 통해 만들어진 풍경을 송경동은 하나의 체계로 자리 잡은 생태로 인식한다. 거리로 나온 노동자가 되어 전경들을 피해 숨고, 새들처럼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며, 그들이 사는 집은 언제든 헐릴 수 있다는 불안을 품은 생태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생태는 다음 세대에게 학습시켜야만 하는 대물림이 되었다. "십수 년, 주말농장 하나 없이 아이에게 모진 생태교육만 시켰다."(64쪽)

이러한 생태-풍경이 만들어낸 것은 어떤 이의 죽음이다. 2007년 10월 12일 부인과 함께 13년간 붕어빵 노점상을 해오던 고 이근재 씨가 고양시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송경동은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를 그의 영전에 올렸다.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붕어빵틀을 잃어버려서 미안해. 당신의 순대를 당신의 떡볶이를 당신의 도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79쪽)

자본에 죽음으로 패배한 이들이 떠나고 남은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시인 송경동은 서늘한 몇 줄의 표현으로 이 패배의 세상을 말한다.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134쪽)"

이 투명한 세상에서, 송경동이 시구를 통해 질문하는 자본의 승리와 우리 이웃의 패배를 너무도 당연한 광경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 사소한 물음에 우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닷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 받고 있다고."(17쪽)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