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오랜만에 개봉했다. '윌-E'(2007), '업'(2009) 이후 만든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캐릭터의 정서 전달에 충실한 영화다. 인간의 기본 감정을 표상하는 기쁨, 슬픔, 까칠함, 소심, 버럭이라는 캐릭터가 인간의 기억과 성장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재미난 지점은 이 감정들이 뇌를 공간화하고 기억을 형상화하는 방식이다. 뇌는 마치 게임의 세계처럼 구성되어 각 캐릭터가 의도하고 원하는 감정을 기억의 형태로 변환시켜 저장하고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기억의 중추는 건축물로 표현된다. 감정, 기억, 성장을 연결하는 궤도라는 설정이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마치 뇌의 비밀을 발견한 듯한 즐거움마저 제공한다. 이 영화를 통해 기쁘고 즐겁기만 했던 유년기가 지나고 사춘기를 맞은 소녀의 마음과 맞물려 보이지 않은 감정이 뇌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변형되며, 기억을 통해 전복되거나 와해되고 마침내 유년기의 끝과 마주하게 되는지 볼 수 있다.

기쁨으로 충만하지 않거나 즐거움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감정의 공백에 슬픔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이 들어선다. 이 두 감정이 소녀의 변화로 말미암아 고립된 후 까칠함과 소심, 버럭만으로 소녀를 채워나가는 현실과 기쁨과 슬픔이 유년기의 아름다운 기억이자 꿈인 빙봉과의 만남을 통해 기억을 일깨우고 가족과 친구, 자신의 꿈을 향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이 영화는 기억과 뇌의 미로를 헤매는 감정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므로 최초의 기쁨만큼이나 근원적 상실에 대해 고민한다. 뇌를 소재로 한 영화와 기억에 관해 고찰하는 영화들이 꽤 많이 제작('이터널 선샤인' '말코비치 되기' '시네도키 뉴욕' 등)되었지만 '인사이드 아웃'만큼 명료하지 않았다. 실사영화가 도전하기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상상과 환상이 거침없이 뇌를 활보하는 감정들과 상상 속 친구인 봉봉과의 동행으로 인해 어둠의 구멍에 빠지기도 하고, 꿈의 기본 원리이자 압축과정인 추상의 단계를 거치면서 감정 역시 소녀와 함께 성장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뇌라는 거대한 세계,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지만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이 CT 촬영으로 단층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뇌라는 입체적이고 무한하면서도 감정과 긴밀한 망을 형성하는 전체적인 상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인지의 과정과 감정의 형성 회로를 통해 기억이라는 핵심적인 곳까지 돌파하려는 이 영화의 의지가 고마울 정도다. 늘 픽사의 팬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빙봉과의 이별에서 만날 수 있다. 고철 덩어리 월-E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업'의 괴팍한 노인의 뇌 속에 저장되었던 사랑과 행복의 기억만큼이나 뭉클한 상실을 통해 소녀의 유년기는 끝이 났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