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인생에 관해 정의한 명제 중에 '렌탈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인만이 아니라 현대인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대부분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죽는 날까지 갚아야 할 할부금과 대여료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종교에 이를 대입해 보면, 불교는 인생을 윤회한다고 말한다. 이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의 지금 삶은 과거의 자신이 뿌린 씨앗에 대한 열매를 거두는 것이고, 현재의 삶은 사실 미래에 주어질 삶의 현실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유교는 부모로부터 삶의 근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조상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지금의 내가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 나의 삶이 후손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에 실상은 후손의 삶을 빌리는 것이다.

기독교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명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청지기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땅의 삶이 마감되는 날 하나님 앞에서 계산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치인의 권력도, 기업 총수의 권한도, 선생님의 권위도, 법관의 위엄도 실상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대상자들로부터 위임받은 것, 즉 빌린 것이다. 그럼에도 주객전도의 모습으로 채무자가 채권자를 윽박지르는 형국이 되어 있다.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불쌍하기 그지없다.

종교지도자들에게로 향하는 아주 작은 존경과 칭송이 있다면, 사실 그것도 신앙을 가진 자들과 일반적 양식을 가진 자들에 의해 주어진 것, 즉 빌려진 것이다. 그런데 마치 자신이 절대 권력과 능력을 갖춘 것처럼 행세하는 성직자들과 자신을 사랑하는 절대자와 신도들을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지도자들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처음부터 내 것은 없었는데 착각하며 산 것은 아닐까?

채무변제에는 정해진 시한이 있기에 빌린 것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자원해서 돌려주지 않으면 강제로 압류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빌린 것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라면 마감시한을 선용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 때 유익을 끼치거나 이익을 남겨야 한다. 또한, 빌린 것에는 본질에 대한 대가 즉 이자가 부과된다. 처음부터 내 것이었을 때는 파생과 소멸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끝이 나지만 빌린 것에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내 인생의 유예기간은 언제까지일까? 부채를 갚을 만큼의 삶의 흔적은 가졌는가? 삶(LIFE), 내 것 아닌 것을 남용하거나 많이 가졌다고 해서 탕진해서도 안 된다.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여길 때 그것이 지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