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2014)를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의 신작 '종이 달'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사회의 상세한 모습을 펼쳐낸다. 고도성장의 폐해는 고령화, 저성장, 낮은 물가와 소비의 증가, 가구당 소득의 정체와 정부 부채의 증가를 불러왔고 젊은이와 노년층이 돈과 소비라는 개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 1994년이 영화의 시작점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왜 수십억의 돈을 횡령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삶을 다양한 장르의 혼종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국면에 따라 영화의 리듬이 달라진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부부 모두 일을 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권태로운 중산층 부부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쯤 대학생과 연애에 빠져든 주인공의 욕망과 그것이 재촉하는 소비와 방종의 삶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병적일 정도의 이중적 삶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거짓말)과 동반하는 불안과 침착함, 차가움과 열정, 머뭇거림과 대담함, 범죄와 거짓말, 가짜와 진짜로 나아가고 마침내 그녀를 '왜'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세운다.

감독은 세 번의 플래시백으로 그녀의 횡령을 둘러싼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굳이 관객을 이해시키거나 그녀의 심리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녀의 행동을 따라가면 어린 시절 그녀가 처음으로 낯선 타인에게 베풀었던 선의와 도둑질을 하면서까지 기부를 이어갔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관객은 이 지점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당혹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그녀의 그릇된 방법론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로 이어지는 태도의 문제와 만난다. 타인의 돈을 만지는 직업과 돈의 흐름에 대한 관심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을 무화시키기 위해 '첫 횡령-횡령의 가속화-발각 이후'라는 돈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지점에 과거를 불러들여 그녀를 직접 소녀 시절의 사건과 대면시킨다. 사랑을 베풀어주는 쪽이 받는 편보다 행복하다는 것과 자선을 베풀 때 자랑하듯 하지 말라는 두 명제가 부딪힘을 통과해서 거짓의 문제로 달려간다. 그렇기에 쇼윈도의 상품, 집의 벽, 사무실의 칸막이를 넘어서 그녀를 에워싼 거짓 세상의 유리창을 깨트릴 수 있게 된다.

그녀는 달리고 달려 도착한 태국에서 소녀 시절 후원했던 뺨에 화상을 입은 아이와 조우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는 듯 차갑고 건조하다. 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인물이 그녀의 과거이자 미래를 구성하는 사회의 요인이기 때문에 그녀는 어느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고 가짜를 버릴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격정적인 사랑, 불안, 권태, 허기, 도취와 탐닉의 맨얼굴이 향하는 곳은 부재와 결여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다. 지워지는 종이 달을 보면서 거짓과 자유를 떠올렸던 그녀의 차갑고 담담한 결론은 곧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