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동극장 토크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로 서구어린이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그간 경험으로 볼 때 '이 좋은 걸 나만 보고 있어야 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불쑥 치솟게 하는 공연은 좋은 공연이었다. 지난 13일 결혼식장을 겸하는 부산 서구청 별관 4층 강당에서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 악대부 학생들이 씩씩하고 진지하게 연주를 끝내자 유난히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산전자공고 악대부 지도교사이자 작곡가 지휘자인 정두환 씨가 나와서 설명을 덧붙였다.

"방금 여러분께서 들은 먼구름 한형석 선생 작곡의 '광복군가'와 '여명의 노래'는 광복 이후로 합창곡으로 연주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군악 형태의 독립된 연주곡으로 구성해 무대에서 공연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광복 이후 처음일 것이다." 박수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긴장한 표정을 풀지 못하던 악대부 학생들의 표정이 그제야 슬며시 밝아졌다. 조금씩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부산 서구청이 추진하는 '예술구국! 자유아동극장 프로젝트'의 중요한 순서인 '자유아동극장 토크콘서트'였다.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예술가·예술교육가였던 먼구름 한형석(1910~1996) 선생의 삶을 기리고, 그가 1953년부터 2년간 부산 서구 부민동에서 운영한 한국 최초 어린이 전용극장 '자유아동극장'을 재건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프로젝트에 협력해 기획·총괄을 맡은 필로아트랩 측은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 안경하 광복회 부산지부장, 박성환 대동병원 이사장(먼구름의 외조카), 김문홍 연극인 등 명사를 많이 초청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청소년 예술단체를 초청해 연주하고 춤추고 노래할 장을 마련해줬다. 행사가 이어질수록 토크콘서트의 진짜 주인공이 바로 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라는 생각은 선명해졌다.

정두환 지도교사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 자리에서 먼구름 선생님 곡을 연주하려고 전자공고 악대부는 2박 3일 캠프까지 가서 연습했다. 특히 '광복군가'와 '여명의 노래' 연주의 의미를 인정해 KBS 제1 라디오 등이 캠프 기간에 전자공고 악대부의 연주를 녹음해 간 뒤 광복절 특집방송으로 틀고, 재외동포를 위해서도 내보냈다." 악대부 학생들이 느꼈을 성취감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술교육 선구자 먼구름을 기리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꿈나무의 공연은 다채로웠다. 부산에 하나뿐이라는 어린이 뮤지컬 극단인 끼리프로젝트(대표 변진호)의 공연 '모해? 모해!'는 어린이 배우들의 생기 넘치는 표정과 풍부한 감정이 춤솜씨, 노래솜씨와 어울려 객석을 꽉 채운 어른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모해? 모해!'는 게임과 컴퓨터에 너무 빠져 친구들과 뛰어노는 재미를 잃어가는 요즘 어린이를 안타까워하는 내용이다. 한형석 선생이 예술교육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거기 담긴 듯했다.

행사의 끝은 서구어린이합창단이 장식했다. 어린이가 부르는 잔잔한 아리랑이 아주 좋다는 것을, 꿈의 소중함을 말하는 '거위의 꿈'을 어린이가 부르면 이토록 잘 와 닿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서구어린이합창단은 노래했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한형석 선생의 삶을 돌아보고, 어린이를 위한 자유아동극장을 재건하자며 어른들이 마련한 이날 토크콘서트는 어린이가 예술과 문화의 품안에서 뛰어놀면 얼마나 멋진 일이 생길 수 있는지도 함께 보여줬다. 먼구름의 뜻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어린이 청소년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좋은 걸 나만 보고 있어야 하나'.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