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열리는 2015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눈이라도 내렸으면'. 부산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 '눈이라도…' 전주영화제 출품작
- '시간은…' 1997년 올해의 영화
- 한국인 가미카제 다룬 애니 '환'
- 고교생이 만든 위안부 다큐도

'독립영화'하면 '재미없다'가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공주' '한여름의 판타지아'처럼 유명배우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없이도 이야기와 영상의 힘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독립영화가 늘고 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2015 부산독립영화제' 주최 측이 자신있게 추천한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를 본다면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이 깨질지도 모른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선천적 지체장애인인 성국은 지하철 승강장 가판대에서 신문과 잡지를 팔며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실업계고 3학년 소녀 선우는 사장의 무례한 태도 때문에 회식자리에서 뛰쳐나와 만취한채 집으로 향한다. 우연히 둘은 길에서 만나고 함께 집으로 향하는 사이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눈이 내린다.

이 영화는 '미스진은 예쁘다'(2013)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장희철 감독의 신작이다. 밝고 경쾌했던 전작보다는 조금 어둡고 쓸쓸한 작품이지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23일 오후 2시30분 국도예술관, 23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소극장.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스크바 근교의 별장. 새해를 앞두고 한국인 친구들이 모였다. 이상과 순수를 사는 중기와 그의 연인 선재, 레닌 트로츠키의 책을 곁에 두는 코뮤니스트 기웅, 출세를 꿈꾸는 공무원 성준. 이들은 10년 전 서울에서 운동권으로 불리던 '먹물'들이다. 술에 취해 서로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며 독설을 주고받는가 하면 기웅은 성준이 가지고 있던 총으로 자살한다.

'Deep Focus(딥 포커스)' 섹션에서 소개하는 김응수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당시 올해의 영화 10편에 선정될 만큼 시네필들이 열광했다. 한 영화잡지에서 이 영화만 대상으로 비평공모를 진행하기도 했다. 디지털파일은 물론 비디오로도 구하기 어려운 작품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21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소극장.

■환

주인공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한국인이지만 강제징용에 끌려가 일본을 위해 자살특공대 '가미카제'로 출격해야 한다. 고향에 있는 부인과 딸을 두고 주인공은 전투기에 오른다. 13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최대의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8편의 우수한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부산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특히 '환' 작품은 스펙터클한 전쟁장면 등 완성도 높은 컴퓨터그래픽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오후 4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2일 낮 12시 영화의전당 소극장.

■우리 할머니다

'우리 할머니다'

'부산청소년영화초청' 섹션에서 선보이는 부산 동인고 3학년 김재우 감독의 21분짜리 다큐멘터리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의견과 현실 문제에 대해 듣는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픔에 대해 10대 청소년이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 같은 영화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사전제작지원으로 완성됐다. 21일 오전 11시30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4일 오후 2시 영화의전당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