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예술단인 부산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이 총체적 위기다. 수석지휘자를 비롯한 지도부의 공석이 장기화하는 데다 객석 점유율마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로 떨어지는 등 시민도 외면하는 단체로 전락했다. 음악계는 1989년 11월 국내 최초로 외국인 수석지휘자 시대를 여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때 한국의 3대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던 시향의 몰락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4일 부산문화회관에 따르면 지난해 시향의 평균 객석 점유율(무료 초대석 포함)은 65%에 그쳤다. 2014년 81%에 비해 16%포인트나 하락했다. 2012년 88%, 2013년 89%와 비교하면 급전직하다. 시향 측은 지난해 부진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파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시립극단과 소년소녀합창단 등의 객석 점유율은 전년도보다 오히려 각각 12%포인트, 6%포인트 늘었다.

시향의 객석 점유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주요인은 지난해 3월 있었던 시립예술단의 통합 사무국 신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술단별로 운영하던 기획실을 해체하고 담당자를 교체하면서 전문성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이후만 놓고 볼 때 시향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61%로 더 떨어졌다.

부산문화회관은 당시 산하 7개 예술단별로 운영 중이던 기획실을 없애고 통합 사무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시향 기획과 홍보를 맡은 담당자들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다른 예술단으로 흩어졌고 기획실도 폐쇄됐다.

부산문화회관의 초대 개방형 관장이었던 박성택 관장과 부산시는 직제 개편 배경으로 시립예술단이 문화회관 공연과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관장에게 결재받아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조치라 설명했지만 결국 사무국 신설의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특히 자체 기획실이 사라지면서 60년 가까운 시향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기록물이 갈곳을 잃고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경악하고 있다.

또 시향 지휘자의 권한이 사무국장 아래 놓여 행정력에 의한 예술 영역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부산문화회관 법인화 추진 등에 따라 큰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 왜 그런 대대적인 개편을 강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부산문화회관이 개관 25년 만에 시도한 개방형 관장체제가 실패했다는 따가운 시선도 쏟아졌다.

시립예술단은 지난 1일 10개월 만에 다시 인사를 단행하며 흐트러진 조직 정비에 나섰지만, 논란의 중심인 사무국 시스템이 유지돼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물러난 리 신차오 수석지휘자의 후임 선정은 물론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악장과 부지휘자 공석 사태도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시향의 위기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