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구성면 복호동의 해월 최시형 어록비.

봄이다.

매화는 이미 피었고 산수유며 노루귀, 제비꽃, 히어리는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알리고 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피어나면 세상은 온통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룰 것이다. 초목은 싹이 돋고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 무성해지면 산하는 온통 신록으로 우거질 것이다.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다. 우리 사회의 새싹이며 새순이라 할 아동들에 대한 학대로 세상이 시끄럽다. 학대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죽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평택 원영 군 사건 보도에 달린 댓글이 섬뜩하다. 그 댓글은 이러하다.

"35년 전 나도 봤다.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무당한테 물어보니까 그 애기 때문에 재수가 없고 아기 엄마가 사기죄로 감옥에 갔다 왔다며, 굶겨 죽이는 걸 봤다. 새카맣게 말라서 구석에 강아지처럼 쪼그리고 있는 걸 보았다. 어느 날 화장품 수금을 하러 갔다가 그 현장을 목격했다. 또 들렀더니 아이가 안 보였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갖다 묻었다고 했다."

당시는 이런 끔찍한 일도 가정사로 치부해서 사회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 때라 신고할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아동학대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순을 꺾지 말라! 동학의 2세 교조 해월 최시형이 여성 동학도들에게 한 말이다. 새싹을 꺾지 말라는 당연한 말씀이다. 이어서 해월은 말한다.

"집안에서는 아이,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마옵소서. 어린아이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아이 치는 것이 곧 한울님을 치는 것입니다."

아동을 존중하라는 해월의 가르침은 소파 방정환에게 이어져 어린이운동으로 확대된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운동의 실천가였다면, 소춘 김기전이란 분은 어린이운동의 이론가였다. 소춘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했고, 어린이가 "인간의 나이로는 적으나 우주의 나이로는 그만큼 대우주의 나이를 더 먹고 나온 것이요 그만큼 새롭고 나은 사람"이라 하였다.

아이들에게 존대는 못 할망정 때리고 굶기고 가두고 죽이는 세상은 말세다. 어떤 이는 세간의 아동학대 사건을 보며 '헬조선 인증사건'이라 한다. 소파 방정환의 어린이 예찬이 새삼스럽다.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두 같은 어린 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그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그대로 하늘의 소리입니다.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나라, 그것은 우리 어린이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어느 때까지든지 이 하늘나라를 더럽히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 세상에 사는 사람사람이 모두 이 깨끗한 나라에서 살게 되도록 우리의 나라를 넓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