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영화의전당에서 동의대 김이석 교수 사회로 곽재용(오른쪽) 감독 GV가 진행됐다. 영화의전당 제공

"이제 '클래식'의 곽재용이 아니라 '시간이탈자'의 곽재용입니다."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등 멜로 영화로 유명한 곽재용 감독이 첫 스릴러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지난 9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관객 500여 명이 참석한 '시간이탈자' 프리미어 시사회와 곽 감독 GV 행사가 진행됐다.

시간이탈자는 1983년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과 2015년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우)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 후 지환의 약혼녀 윤정(임수정)의 예정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추적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임수정은 윤정과 놀랍도록 닮은 2015년 '소은' 역도 맡아 1인 2역을 펼친다. 오는 13일 정식 개봉한다.

사회를 맡은 동의대 김이석(영화학과) 교수는 "로맨스 영화에 강했는데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의외다. 스타일 변신을 꾀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첫 질문으로 던졌다. 곽 감독은 "'비오는날의 수채화'로 데뷔했더니 으레 그쪽 작품에 관한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스릴러를 하고 싶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히치콕 감독에 대해 배웠고 스릴러에 관심이 많았다. 20여년 만에 꿈을 이룬 셈"이라 답했다.

'시간이탈자'에는 부산 시민이면 알아챌 만한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2014년 하반기 영도의 해사고, 부산외대 우암캠퍼스, 금정구 브니엘예술고 등에서 총 12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하지만 32년 간극의 두 시대를 보여주다 보니 고충이 많았다고 한다. "세트, 의상, 분장 등을 두 가지 스타일로 준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죠. 특히 1980년대 초반 풍경이 남은 장소가 많지 않아 거리 장면 등을 재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날 신작 상영 전 곽 감독의 대표작 '클래식'(2003)을 35㎜ 필름으로 다시 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 때문에 GV에서 '클래식'과 신작을 연계한 질문이 많았다. "'클래식' '시간이탈자' 등 시간을 넘나드는 운명적인 사랑에 끌리는 이유는 뭔가"라는 질문에 곽 감독은 "소년 시절의 추억과 감정으로 영화 만드는 걸 좋아한다. 과거가 지금도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어렸을 때부터 했다"고 답했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해서일까. 이번 영화에서 임수정이 맡은 두 역할 중에서도 과거의 '윤정'이 "옛날에 꿈꿨던 선생님 모습"이라며 그는 애정을 나타냈다.

곽 감독은 "관객이 처음 '시간이탈자'를 볼 때는 스릴러적 요소를 많이 느꼈으면 해서 빠르게 촬영했다. '엽기적인 그녀'처럼 중간중간 재미있는 장치를 많이 심었으니 다시 한 번 보며 이를 찾아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