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헤어조크의 '퀸 오브 데저트'는 다소 심심하다. 과거 헤어조크 영화의 광기를 조금이나마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대개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영화 보다는 여전히 살아 있는 헤어조크의 입심이 더 장관이다. 오래간만에 만든 극영화가 아니냐고 누군가 무심코 물었을 때 헤어조크는 발끈한다. "몇 편의 장편 다큐들을 만들고 할리우드 영화에 악인 역할로 출연하고('잭 리처') 영화학교를 세우고 애니메이션 '심슨 시리즈'에 목소리 출연을 하고 휘트니 미술관에서 설치미술 작업을 하면서도, 다섯 편의 장편 극영화를 만들었다. 10년 동안 다섯 편이나 극영화를 만든 할리우드 감독이 있으면 이름 한 번 대보라"고 상대방을 다그치는 그 성격은 아직 죽지 않았다.

헤어조크는 강철 인간이다. 그의 유명한 명제가 있다. "영화는 미학(aesthetics)을 넘어 경기(athletics)다"는 것이다. 영화란 육체의 필사적 수행을 전제로 한 예술이라는 말이다.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은 어떤 수준에서 운동선수가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영화란 추상의 학제적 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무릎과 허벅지에서 나오는 것이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밀림과 사막과 설원 등을 헤치며 그 무릎과 허벅지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그의 모험의 성취는 자연환경이라는 절체절명의 경기장에 들어선 운동선수의 자세로 얻어진 것이다.

영화는 그에게 운동경기를 넘어 하나의 전투이기까지 했고 그때 그는 광인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헤어조크는 미치광이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와 그의 전성기를 함께 했었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이기도 한데, 몇 년 전에는 유년 시절의 친딸들을 10년 넘게 성폭행 및 성추행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극악의 범죄자, 정신질환적 병자 하지만 세계 영화사에 손꼽히는 대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그와 헤어조크의 애증은 유별났다. 킨스키 사후에 헤어조크가 만든 다큐 '나의 친애하는 적, 클라우스 킨스키'를 보면 누군가 두 사람에게 왜 함께 일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 대답은 같다. 저 놈은 미치광이니까. 광기에 젖은 둘의 일화만 늘어놓아도 글 하나가 나올 정도다.

이 사람은 감독을 하기에는 너무 제정신이구나. 감독들을 만나다 보면 미안하게도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지 않다. 영화감독이란 사람이 사람을 시시각각 연출하는 희귀한 창작인이고 그러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육체적 정신적 긴장을 생성하며 숭고한 지점까지 가는 이들이기 때문에 나의 그런 근거 없는 직감은 작동하는 것 같다.

물론 헤어조크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는 잡음이 많았던 감독이다. 그는 날씨를 포근하게 만들어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도록 유도하는 감독이 아니라 강풍을 불러 일으켜 나그네의 옷을 끝내 벗기고야 마는 종류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밀려드는 공상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영화감독은 얼마나,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미쳐야 제대로 미치는 것일까. 혹시라도 클라우스 킨스키와 같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 헤어조크의 노년의 영화는 또 다시 또 불타오르게 될 것인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