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깨끗해야 사는 개맛
- 해역 모래·개흙 2m쯤 서식
- 서낙동강 모래톱·대마등서
- 소량씩 잡혀 보기 힘들어
- '맛살''맛대' 도구로 채취

- 아릿함 없이 순한 본맛에
-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고
- 소금·땡초 넣은 국은 시원
- 봄남새 넣은 찜은 향긋해

"개맛이 나온다고?"

"예! 나옵니더. 옛날만큼은 아니지만서도 식구들 먹을만큼은 잡힙니더."

	개맛은 서낙동강의 깨끗한 모래톱 등지에서 산다. 개맛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1 개맛찜, 2 개맛회무침, 3 개맛탕국)

개맛. 맛조개 종류인데 맛보다 조금 작다. 워낙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맛'이라고 불리는 조개류다.

예전에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에서 다량 서식했는데, 요즘은 그 개체를 거의 보기 힘들 만큼 줄었다. 그런 개맛이 요즘 잡힌다면서 서낙동강 인근에 사는 지인이 득의양양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 예전에 낙동강 하구에서 많이 잡히기는 했는데, 요즘에는 보기 힘들던데…."

"옛날에사 엄청씨리 잡았지예~ . 물이 깨끗했으니까예. 저놈의 하구뚝 막고부터는 조개가 씨가 말랐다 아입니꺼."

■서낙동강에선 개맛이 잡힌다

	서낙동강에서 개맛을 채취하는 주민.

맛조개는 죽합과에 딸린 바닷조개다. 대나무처럼 생겨서 '죽합(竹蛤)'이라 한다. 다른 조개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다. 그리고 칼슘과 철분, 아연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효능이 뛰어나고 자양강장 작용도 한다.

수심 2m 전후 오염되지 않은 해역의 모래나 개흙에서 서식하는데, 타원형의 구멍을 파고 들어가 산다. 잡는 방법은 맛이 들어가 있는 구멍에 소금을 뿌려 잡거나 철사를 화살 모양으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여 구멍 속을 찍어서 잡기도 한다.

개맛은 대나무처럼 가늘면서 긴 원통 모양을 하고 있는데, 조개 외피는 얇아서 잘 부서진다. 입수공과 출수공 두 입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조개류와 비교하면 입이 유난히 긴 것이 특징이다.

개맛의 성체는 10㎝ 안팎. 3~5월이 가장 맛있는데, 흔히들 '보리 누름철'까지 식용하기 좋다고 한다. 그 이후는 알을 슬기에, 살이 적고 질겨서 맛이 없다. 요즘은 워낙 귀해 한 마리 1000원 꼴 정도라 하니 말 그대로 참으로 귀하신 몸이 됐다.

주로 낙동강 모래톱에서 잡히는데, 요즘은 서낙동강 근처의 모래톱, 대마등 인근의 사니질 등에서 소량씩 잡힌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대량으로 서식했다고 하는데, 워낙 깨끗한 것을 좋아해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맛살과 맛대로 개맛잡이 나선다

지인과 함께 서낙동강 개맛잡이에 나선다.

"뻘을 자세히 보면 젓가락 굵기 만한 구멍이 두 개 보이는데 이게 개맛 구멍 입니더. 여개에 맛대를 푹 찔러 넣어가꼬 맛살을 넣으모 개맛이 있는 게 느끼집니더. 그때 맛살촉으로 찔러 살살 올리모 됩니더."

그러 보니 개맛 구멍이 두 개다. 개맛은 더듬이처럼 입이 두개다. 하나는 먹이를 먹는 입수공이고 하나는 배출을 하는 출수공이다. 구멍이 작아 자세히 봐야 알 수가 있다.

개맛을 잡는 도구로는 '맛살'과 '맛대'가 있다. 개맛을 잡는 쇠꼬챙이를 맛살, 구멍을 뚫는 막대기를 '맛대'라고 한다. 맛대는 참나무를 깎아서 손잡이를 티(T)자로 만들고, 끝부분은 뾰족하게 만든다. 모두 1미터 정도의 길이다.

맛대는 맛구멍이 작아 구멍을 크게 뚫는데 쓰이고, 맛살은 끝부분을 화살촉처럼 뾰족한 갈고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맛구멍에 넣어 개맛을 걸어서 잡는데 사용된다. 요즘도 명지 새동네의 철공소에서 판다고 한다.

낙동강 개맛은 주로 아낙들이 잡는데, 그 맛을 잡아 살림에 보태고 자식들 학비에 보탰다고 한다. 하루에 잘 잡으면 양철통으로 한 양동이씩 잡았다고. 개맛은 주로 수육, 산적, 국, 무침, 찜, 전 등으로 해먹었다. 끼니 대용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쉬워 낙동강 사람들에게는 친숙했던 식재료였다.

맛살로 잡으면 맛에 상처가 나 모래가 씹히기도 하는데, 때문에 낙동강 사람들은 삽으로 개맛을 잡기도 했단다. 50㎝ 모래 밑에 주로 있기에 그들은 개맛을 맛있게 먹기 위해 약간의 노동도 감수했던 것이다.

■수육, 탕, 찜 다양한 요리로 변신

	개맛탕국

개맛으로 조촐한 술상이 차려졌다. 몇몇 지인들과 가지는 오랜만의 기꺼운 자리다.

"아이고~ 참 오랜만에 맛을 맛보네."

"맛이라서 맛, 맛있어서 맛, 맛 좋은 맛이 있어서 맛이렷다."

한시에 능한 지인의 '맛'으로 푸는 운율에 좌중이 파안대소 한다.

개맛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수육과 탕국을 꼽는다. 개맛국은 짠물에 맛을 잘 씻어 보풀보풀한 털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소금 간을 해 팔팔 끓인 후 땡초를 넣어 먹는다.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옛날이사 뭐 넣을 게 있었습니꺼? 끓는 물에 소금 넣고 맛 넣고 땡초 쪼금 썰어 넣고 훌훌 들이마셨지예. 우리 아부지는 술 자신 다음날 꼭 맛국으로 해장 하셨다 아입니꺼? 시원하면서도 잡내가 없거든예." '개맛 술상'을 준비한 지인의 말이다.

개맛국 한 술 뜬다. 뜨거운 국물이 목으로 짜르르 넘어가니 시원하고 개운하다. "어~허, 시원~하다."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오른다. 다른 조갯국에서 나는 특유의 아릿함도 없이 순하다. 땡초의 알싸함 또한 국물의 시원함을 배가시켜준다. 여러 번 떠먹고 나니 속이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다.

수육은 끓는 물에 개맛을 살짝 데치기만 하면 된다. 데쳐서 물을 빼고 따뜻할 때 양념장에 푹 찍어 먹으면 된다.

"우리 때는 양념장이라고 뭐 있었습니꺼? 고추장이나 고추장에 조청 넣고 식초 넣고 만든 회초장에 찍어 먹었지예. 요새사 초간장이나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고 하더마는."

초장에도 찍어 먹고, 초간장에도 찍어 먹고, 고추냉이 간장에도 찍어 먹어 본다. 어느 것 하나 저어되는 것이 없다. 그만큼 순하고 여느 것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뜻일 게다. "나는 소금에 콕 찍어 먹어도 좋더만." 소금에 찍어 먹으니 개운한 것이 이 또한 흡족하다.

술안주로는 개맛찜 또한 근사하다. 개맛과 함께 봄에 나는 주변의 남새들을 손으로 죽죽 찢어 넣고, 밀가루나 전분물을 넣고 껄쭉하게 끓이면 완성. 쫄깃쫄깃한 개맛이 구수하게 씹히고 봄 남새의 향긋한 냄새가 상쾌함을 준다. 술자리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개맛 산적은 반찬으로 두고두고 먹기에 좋다. 간장에 조청이나 물엿을 넣고 꼬지에 꽂아 약한 불에 졸인다.

"꼬치가 없을 때는 나무젓가락을 칼로 삐지 가꼬 꼬치로 사용하기도 했지예."

한때 낙동강 모래톱에서 심심찮게 잡았던 '개맛'. 비록 맛이 아닌 '개맛'이지만 낙동강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이름의 조개였다.

물이 깨끗한 곳에서만 자라는 이 개맛을 다시금 낙동강 하구 전역에서 쉬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