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하기힘든 작품에 호기심
- 질문 쏟아져 할애시간 부족

"영화를 본 뒤 이집트 관객들이 무척 많이 울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진정하지 못해서 부축을 해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강력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관객 대부분 이집트 혁명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인공 '나와라'처럼 순진했기에 혁명에 실패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영화의전당에서 이집트 영화 '나와라의 선물'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프로듀서 타그리드 아부엘하산(오른쪽) 씨와 옥미나 평론가.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 28일 오후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는 '제5회 아랍영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나와라의 선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이 마련됐다. 당초 여성감독 할라 칼릴 씨가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해, 프로듀서 타그리드 아부엘하산 씨가 대신 참석했다.

지난해 두바이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소박한 삶을 살던 가정부 '나와라'가 2011년 이집트혁명으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집트혁명을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한 빈민 계층 여성의 시각에서 다뤄 자국과 해외영화제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집트 영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관객은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사회를 맡은 옥미나 영화평론가가 이집트 영화 전반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1940년대에서 1980년까지는 한 해 100개 작품 이상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30여 편으로 줄었다. 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불법CD와 불법 다운로드의 영향이 크다.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도 전에 불법 CD가 거리에서 팔리기 때문에 제작비를 환수하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 장르로는 코미디와 액션이 인기가 많다"

이집트는 검열이 있어 영화 제작이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부엘하산 씨는 "기독교인과 무슬림 남녀의 사랑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검열에 걸려 추진하지 못했다"며 "이집트에서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면 거리에서 촬영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이집트혁명 이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객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시위대는 빵, 자유, 사회 정의를 요구했지만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독재자 무바라크가 물러났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회혼란만 가중됐다. 시위에서 총에 맞아 두 눈을 잃은 활동가는 지금 감옥에 가 있다. 아주 작은 성과가 있다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