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은 동학을 "밖에서 들어온 남의 사상을 이리 따고 저리 따서 섞어 놓은 비빔밥이지 정말 우리의 고유한 것이 아니며" 진보적이지도 않았고 미신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동학을 무시했다.

일제 때 천도교는 평안도 지역에서 크게 세력을 떨쳤다. 평안도 출신이었던 그는 물(청수) 떠놓고 기도하고 주문 외고 가끔은 부적 같은 것을 불에 태워 물에 타 마시는 천도교인들의 모습을 접했을 터이니, 동학을 미신이라고 흉을 보는 것도 당연했다.

수운 최제우 선생이 직접 지은 '동경대전'이나 '용담유사'에는 수운과 한울님과의 대화 장면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대화를 한울님과 스승님(수운)의 대화 즉, '천사(天師)문답'이라 한다. 동학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부분이다.

혹자는 천사문답을 두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에 하늘(天)이나 신선에 대한 관념이 있었지만, 신이 종교의 절대적 유일자로 직접 등장한 것은 동학이 최초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수운의 득도 과정은 강렬한 계시와 신비한 체험으로 가득하다. 수운은 득도 후 한울님과 1년 가까이 부대끼며 묻고 답한다. 수운의 한울님 체험은 그냥 보기에는 혼자만의 독백이고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수운의 득도 과정을 지켜본 주위 사람 즉, 수운의 부인과 자식들은 수운이 실성한 것으로 여겼다. 고생 끝에 낙이라기보다는 고생 끝에 절망스런 일이 벌어졌다며 낙심천만이었다.

아버지 수운이 미쳤다고 생각한 장남 세정이 늘어놓은 신세타령은 참으로 눈물겹다.

아버님 이 웬일고 정신수습 하옵소서 백지 펴고 붓을 드니 물형부 있단 말씀

그도 또한 혼미로다 애고애고 어머님아 우리 신명 이 웬일고 아버님 거동보소

저런 말씀 어디 있노

( '용담유사' 중 안심가)

수운은 한울님 체험으로 새로운 진리를 확신했다.

수운의 후계자 해월 최시형도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한울님 모심을 체험하기 위해 고심했지만, 한동안 감응이 없었다. 한낮에 가마니로 빛을 가리고 주문 공부에 몰두했고, 한겨울에 살을 에는 찬물에 들어가 고행하는 등 고군분투하여 한울님 체험을 하고는 감격해 했다.

해월은 의암 손병희를 비롯해 제자들에게 주문수련을 통한 한울님 체험을 독려했다. 동학을 이은 천도교의 주문수련에는 한울님 체험이 필수이다. 지금 전국의 천도교의 수도원에서는 더위를 잊은 주문소리가 가득하다.

"지기금지원위대강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