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중국을 침략하여 북경을 함락시켰던 바로 그 해. 수운 선생은 동학을 창도했다. 당시 서양세력은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세를 맹렬히 확장하며 서세동점의 절정을 맞고 있었다. 덩치는 우람했으나 저질 체력이었던 중국을 독일도 러시아도 집적거리고 일본까지도 괴롭혔다.

수운 최재우 선생이 지은 동학 경전 '동경대전'. 수운 선생은 인간사와 역사의 전개에 관한 큰 그림을 '운수'로 표현했다. 국제신문 DB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굴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다시 거인으로 돌아왔다. 재작년 실질 구매력에서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 인도는 현재 중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세기 뒤면 중국과 인도가 G2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서양세력이 동양에서 일세를 풍미했다 해서 천세만세 누릴 수는 없는 법이다. 미국이 지는 해라면 한때 식민지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인도와 중국이 이제 돋는 해다. 동학에서는 인간사와 역사의 전개를 운수(運數)로 살핀다. 해월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선천과 후천의 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싸우니 천하가 혼란하다."

선천과 후천의 구분은 동학 창도이다. 1860년 이전을 선천, 이후를 후천이라 한다. 수운 선생은 동학이 창도된 1860년을 "하원갑 경신년"이라 했고, "하원갑 지내거든 상원갑 호시절"이 올 것이라며 희망찬 예언을 하였다.

하원갑(下元甲)이라는 표현에서 앞으로 오는 세월을 180년 주기로 예언한 것이라 본다. 하원갑 60년, 중원갑 60년, 상원갑 60년 순이다. 180년 주기의 마지막 상원갑의 절반인 30년은 이미 지났고, 남은 30년이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1860년 시작하여 180년 한 주기가 끝나는 2040년 무렵이면 동학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기를 펴고 살만하다는 해석이다.

해월선생의 운수론도 눈여겨 볼만하다. 갑오년 동학혁명 나기 몇 해 전, 관의 지목을 피해 숨어다니던 어느 날 제자가 푸념하듯 해월에게 묻는다. "다리 펴고 동학할 세상이 오기는 합니까?"

잠시 생각하다 해월은 답한다. "산이 모두 검게 변하고 길에 비단이 깔리고 만국과 통상할 때다."

제자가 그때가 언제쯤이냐고 다그쳐 묻자 해월은 또 답한다.

"만국병마가 우리나라 땅에 왔다가 후퇴하는 때이니라."

입추는 이미 지났고 곧 처서다. 한낮은 여전히 땡볕이다. 올해 더위는 유례가 없다지만 찌는 여름 날씨가 지속되리라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 곧 찬바람에 꺾인다. 절기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더위가 가고 서늘한 바람 불 듯 그렇게 서세동점의 일세(一世)도 저물고 있다. 서세동점의 끝자락에 미국은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 미국은 사드 배치로 한국을 자신들 편으로 붙잡아 두고자 한다.

한국은 지금 북한과 제대로 교역을 못 하고 있고, 우리나라 땅에 온 만국병마 가운데 아직 후퇴하지 않은 것은 미군뿐이다. 계절의 전환기는 항상 어수선하다. 날씨는 절기를 앞서기도 뒤서기도 하니 혼란스럽다.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만국과 교역하게 되고 만국병마가 후퇴하게 될 것인지 깊은 헤아림이 있어야 한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