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으로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해왔던 초청 경비 지원과 부대행사 등이 지난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에 불가능해지면서 행사 규모가 축소되거나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BIFF가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선례가 없다 보니 행사 주최 측과 관계자들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 개최 공식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개막작 '춘몽'의 배우 한예리, 장률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BIFF 사무국은 개·폐막식에 초청하는 게스트 중 김영란법 대상자에게는 숙박·항공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29일 밝혔다. BIFF는 그동안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화인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영화제에 초청하기 위해 숙박과 항공료를 일부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교수나 공공기관 직무를 겸임하는 영화인, 공공기관 관계자에게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는 부산행을 취소하기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는 올해 부대행사(파티)를 열지 않기로 했다. 법 시행 초기라 어떤 부분이 법에 저촉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예 행사 취소 결정을 내렸다. 투자배급사들은 그동안 BIFF 기간에 해운대지역 호텔 등에서 '○○의 밤'이라는 이름의 파티를 열어 개봉을 앞둔 영화와 제작·기획 중인 영화들을 소개하곤 했다. 이런 파티에는 영화인이 1000명 이상 참석해 관련 비즈니스와 상호 교류가 이뤄졌다. 이 행사는 영화인들의 'BIFF행' 요인으로 작용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런 파티가 사라지면서 올해 BIFF에 참석하는 영화인이 줄어 영화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BIFF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부산시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시는 매년 BIFF에서 개·폐막식 초청권을 받아 지역에 배분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초청권을 받지 않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BIFF는 개·폐막식의 초청 좌석을 줄이고 일반 관객 좌석을 지난해 2500석에서 올해 3200석으로 700석 늘였다. BIFF 관계자는 "행사 프로그램별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상자들에게는 안내하고 있다"며 "영화인들은 대개 대상자가 아니지만 법 시행 후 첫 대규모 행사라 전례가 없는 만큼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부패를 줄인다는 목적의 김영란법이 축제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돼 분위기를 가라앉히자 영화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의 한 영화인은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년 열리던 파티나 뒤풀이까지 사라진다면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아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