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국민 윤리' 수업에 이스라엘은 나치 학살을 견딘 생존자가 건국했다고 배웠다. 이스라엘은 지금 많은 사람에게 흉포한 나라로 비춰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가?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인, 기독교인, 유대인이 평화롭게 살았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오스만 제국으로 불리던 터키 제국의 작은 지방이었다. 1차 대전이 끝나자 승전국들이 오스만 제국의 분할을 결의했다. 프랑스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식민지로 삼았고,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훗날 이라크가 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통치권을 위임받았다. 영국은 1917년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수립을 지지하는 '벨푸어 선언'을 발표했다. 아랍은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의심했다. 유럽과 아랍의 신뢰는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

1947년 8월,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위원회는 영국령에 속해 있는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인 국가로 분리할 것을 권했다. 토착 팔레스타인 주민이 대부분 소유한 영토를 유대국가에 56% 주기로 결의했다. 공평하지 못한 이 결의에 아랍 국가들은 반대한다. 저자는 그런 중요한 결정을 정작 팔레스타인에 사는 유대인이나 무슬림 혹은 기독교인 당사자들이 아닌 유엔 총회에서 결의했다고 비판한다. 유엔 결의에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유엔 회원국은 엄청난 학살을 당한 유대인들이 독립 국가를 세우자는 주장을 외면하기 힘들었으리라. 그전부터 유럽 여러 나라는 오래도록 유대인을 박해했다. 유럽이 저지른 범죄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떠넘긴 것이다.

박해를 당했던 이스라엘은 건국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많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을 집단 학살했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스라엘 건국일을 '나크바'(아랍어로 재앙)로 부른다. 그때부터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분쟁의 뿌리가 되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은 6일 만에 가자 지구, 시나이 반도, 골란고원,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생존이라는 미명 아래 폭주하기 시작했다. 유엔이 점령지역을 반환하고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고 결의해도 이스라엘은 무시한다. 지구인의 이스라엘을 향한 시선도 차갑게 변했다. 아랍국가에 둘러싸여 겨우 생존하는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국제법을 무시하는 점령국가와 폭군의 이미지로 변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강하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은 아닐까? 강하게 억누르면 저항도 큰 법이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1987년 인티파다(봉기)를 일으키며 저항한다. 저항은 끈질기고 오래 계속된다. 이스라엘은 저항을 막는다며 상시적인 군사국가로 변한다. 장벽을 세우고 국민복지와 교육에 들어갈 돈을 군사비에 쏟게 된다.

책에는 평화캠프에 참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소년이 나온다. 그들은 말한다. "서로 너무 오래 싸워왔어요. 이제는 평화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올 수 있을까? 강자가 양보해야 평화의 싹이 자라난다. 이제는 골리앗으로 변해버린 이스라엘이 평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스라엘은 먼저 6일 전쟁 이전의 영토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소설가·'작가의 드론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