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화된 부산 콘텐츠 찾았지만
- 엉성한 연기·무대세트 등 개선점
- 가능성 키울 체계적 지원도 절실

감천문화마을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미로의 꿈'이 지난 21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첫선을 보였다.

	감천문화마을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미로의 꿈'(연출 이성섭) 첫날 공연이 지난 21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펼쳐지고 있다. 극단 노마드 제공

'미로의 꿈'은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브랜드 콘텐츠 제작 분야' 선정작으로, 제작비 1억 원을 지원받았다. 문화재단은 부산 대표 공연 콘텐츠를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해 '브랜드 콘텐츠 제작 분야'를 신설했다. 첫해는 과학자 장영실이 주인공인, 연희단거리패의 창작 뮤지컬 '궁리'(연출 이윤택)가 선정됐다.

'미로의 꿈'은 감천문화마을 주민이 주인공이다. 감천마을 재개발을 주장하는 주민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마을을 되살리자는 주민 사이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꾸준히 창작 뮤지컬을 만든 극단 노마드의 주축인 경성대 이성섭(연극영화학부) 교수가 연출하고, 최상인 작곡가를 비롯해 실력 있는 스태프가 모였다. 호민 구민주 엄준필 조창우 등 부산에서 활동하는 중견과 신인 배우 20여 명이 출연한다.

그동안 부산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는 바다, 피란, 역사 같은 오래되고 정형화된 이미지 중심이었다. 영화 '국제시장' '친구' 등 흥행작은 옛 부산의 모습과 추억을 재현하는 데 집중해 현재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장영실 등 부산의 역사 인물을 내세운 창작뮤지컬은 흥행이나 화제성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해마다 방문객 100만 명이 찾는 부산 대표 여행명소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을 알릴 문화콘텐츠 소재로 신선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작품은 더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다.

'미로의 꿈'은 감천문화마을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마을 유래부터 동네 구석구석을 훑는 듯한 대사, 감천문화마을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한 단체 실명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 만듦새에서 아쉬움이 컸다. 극적 효과를 높이려고 '재개발'이란 장치를 넣었다 해도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졌다. 인물 사이 갈등과 화해 과정도 단조로웠다. 마을을 살리고자 주민이 직접 공공미술을 도입하고, 마을공동체 회복에 힘쓴 감천문화마을의 실제 성공 요인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첫 공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춤은 엉성했고 피란 시절을 떠올리는 무대 세트도 아쉬웠다. 공연 후반에야 등장한 감천문화마을의 변화된 모습은 사진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는데,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성섭 연출가는 "감천문화마을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컸고, 홀로그램 등 색다른 기법을 뮤지컬에 접목한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차별화된 부산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부산의 스태프와 배우가 뭉쳐,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관객의 선택을 받을 만한 수준인지는 의심스러웠다.

문화재단의 지원 방식도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브랜드 공연'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들고자 단위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1억 원을 지원한 취지를 살리려면 제작 지원을 넘어 이를 계속 선보일 기회를 제공해 작품 수준을 끌어올릴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12개 팀이 지원했으나, 올해는 2개 팀만 신청한 것도 이 사업에 대한 기대와 한계를 함께 드러낸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내년부터 사업을 2년 단위로 계획해 첫해는 제작과 초연, 이듬해는 재공연하는 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상설 공연을 할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4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VIP 10만 원, R석 6만 원, S석 3만 원. 1544-1555

김현주 안세희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