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위한 촉각도판으로
- 미술관 주요 소장품 감상 가능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후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이 손과 귀로 시각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부산시립미술관 3층 '활짝 열린 방' 전시실에서 부산맹학교 학생이 장욱진의 '자갈치 앞바다' 작품 촉각 도판을 만지며 감상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시립미술관은 20일 오전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장품 기획전 '활짝 열린 방'을 시작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부산맹학교 학생 70여 명과 교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예술을 한껏 즐겼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과 귀로 감상하는 특별전이다. 시립미술관은 시각장애인도 시각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에 선보이는 그림 옆에 '촉각 도판'을 놓았다. 촉각 도판이란 그림을 고화질로 프린트한 뒤 형태와 색깔을 구별할 수 있도록 점자로 제작하고, 점자 프린트 옆에는 화면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안내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유영국의 '산'의 경우 먼저 그림의 형태를 점자로 만들었고, 옆에는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초록색의 색감이 화면 전체에 채워져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해놓았다.

'활짝 열린 방' 전에는 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술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주요 작가 17명의 17점을 선보인다.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 황용엽의 '어느 날', 박수근의 '모자', 이이남의 '인간, 자연' 등이다. 시립미술관은 사운드·미디어 작품을 제외한 15개 작품을 촉각 도판으로 제작했다. 시립미술관은 촉각 도판을 도록으로 제작해 부산맹학교에 무료로 100부를 보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250부를 추가로 제작해 시각장애인 단체와 교육기관, 도서관 등에 배포한다.

이날 부산맹학교 학생들이 청각으로도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미술관 로비에서 음악회도 진행됐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부산시립교향악단이 1시간 동안 '흥부가' '캐논' 등 친숙한 곡을 연주했다.

전시를 기획한 황서미 학예연구사는 "'작품을 본다'는 개념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청각적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시각장애인이 미술에 다가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2일까지 계속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