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관세음보살의 원래 호칭이 아발로키테슈와라인데 계속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기도를 해왔으니 잘못 아닙니까? 그래서 열심히 기도를 해도 영험이 없었던 거 아닐까요?"

진지한 수행과 기도로 주목받던 한 불교인이 남방 불교를 체험하고 돌아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불교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으로 아직 남아있다.

일종의 원형회귀 주장이라고나 할까? 이런 식의 문제 제기는 사실 불교계에 드물지 않다. '옴마니반메훔'은 엉터리발음이므로 '옴마니파드메훔'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든가, 천수다라니는 시바신에 대한 찬양이므로 폐기해야 한다든가, 한문 경전보다는 범어 원전, 대승경전보다는 초기설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 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진지한 대답도 충분히 제시되어왔다고 생각된다. 엉터리 발음으로 진언 수행을 하던 사람에게 제대로 된 발음을 가르쳐주자 영험함이 사라져 다시 틀린 발음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는 이야기, 멸치 대가리를 싼 종이에 기도를 했는데도 불보살의 가피를 받았다는 소녀이야기, 즉심시불(卽心是佛)의 가르침을 '짚신이 바로 부처'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그에 대한 간절한 의심이 일어나 결국 크게 깨달았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발음의 정확성, 기도수행법의 정확성과 부처 마음에 눈뜨는 일 사이에 절대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렇다고 이것이 틀린 발음과 엉뚱한 방식의 기도를 옳다고 고집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취사선택하는 바로 그 마음이 바른 불교의 실천을 가로막는 원흉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옴마니반메훔의 얘기가 나왔으니 관련된 전설 하나 음미해보고자 한다. 관음보살은 육도의 중생이 자신의 본래마음과 하나로 만나기를 기원하여 육자진언을 내놓았다. 그런데 돼지들이 이 진언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돼지들에게 우주를 꽉 채운 보살의 본래마음을 어떻게 확인시켜줄 것인가? 궁리 끝에 보살은 파리가 되었다. 파리는 돼지우리의 더러운 곳에 가득 퍼져 살면서 끝없이 날갯소리를 냈다. 돼지가 먹이를 먹거나 몸을 움직일 때는 물론, 눈을 끔벅이고 꼬리를 흔들 때에도 날갯짓을 하여 '엥!' 소리로 돼지우리를 가득 채웠다. 이 '엥!'하는 파리 소리는 '옴'마니반메훔의 첫 소리였다. 그래서 그것을 들은 돼지들이 관세음보살의 본래마음과 하나로 만나 해탈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본래마음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라는 가르침을 담은 이야기이다. '엥' 소리뿐이겠는가? 소리가 일어나는 모든 현장은 본래마음이 드러나는 자리이다. 형상이 일어나는 모든 현장은 본래마음이 나타나는 자리이다. 그뿐인가. 우리의 감각기관이 작용하여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의식하는 모든 현장이 다 본래마음이 확인되는 자리이다.

우주법계에 어떠한 예외도 없이 당장의 이것이 바로 그것임을 확인하는 일이 기도의 핵심이다. 관세음보살, 아발로키테슈와라뿐이랴. 이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 하나에 이미 보살의 마음이 남김없이 끌려 올라오고 있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