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보다 활동범위 훨씬 작아
- 시 정책만으론 한계 분명

- 큰 세상으로 꿈 안고 떠나는
- 청년문화인 성공 밑거름 되길
- 오히려 부산만의 매력으로
- 타지역서 유입하는 방법 고민도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11월 부산의 예비 청년문화 기획자들이 주최한 문화행사를 관람했다. 부산문화재단의 '청년문화 인력양성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만든 작은 축제였다. 행사 뒤, 서 시장은 고생한 청년들을 격려하며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도 기회만 있다면, 서울로 떠날 건가요?" 이 장면에서 시장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장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러했을 것이다. '부산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청년 문화의 중요성뿐 아니라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늘 같은 자리가 바로 그런 사례다. 그러니 다른 도시로 다른 기회를 찾아 떠나기보다 부산에서 예술과 문화의 꿈을 펼쳐보시라!'

	지난해 12월 '문화예술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구축 사업' 라운드 테이블이 열려 서병수 부산시장과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청년들이 올해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청년문화육성지원계획'을 2015년 6월 전국 처음으로 수립해 의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부산시로서는 이 정책이 무르익어 결실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청년들이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부산에서 활동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 시장의 이날 발언을 접한 직후 떠오른 또 다른 생각이 있다. 부산의 청년문화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전환의 핵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세심해지는 것'이다. 현재 부산의 청년문화정책은 '젊은 문화인력의 역외 유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의 관련 정책서류나 보도자료는 일관되게 이같은 '역외 유출' 우려에 기초해 논리와 시책을 세운다.

이는 우려 또는 공포에 기반한 정책으로 다가온다. 청년 문화예술 인력이 부산을 대거 빠져나가는 데 대한 우려 또는 공포다. 그러다 보니, 청년문화정책은 정해진 결론처럼 '일자리 창출'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문화예술 부문의 청년 일자리 창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부산처럼 젊은 층의 활력과 창의력을 어떻게든 사회 전반에 불어넣어야 하는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청년 예술인을 강사로 양성해 투입하는 계획, 문화콘텐츠와 ICT(정보통신기술)·관광 영역 등을 결합하는 융복합형 인재 지원 등은 기대되는 시책이다. 그런데도 왜 현재 청년문화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가. 한가지 이유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부산시 자료를 보면 "부산의 예술활동은 서울의 1/6 수준이며 문화예술시장은 서울의 5.7% 수준"이다. 문화예술시장이 서울의 5.7% 수준이라면 일자리도 그만큼 적다. 그중 청년문화인 일자리는 더 적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통계를 보면, 부산 소재 19개 대학 165개 영상 및 콘텐츠 관련 학과를 통해 졸업생이 매년 2900명 정도 배출된다(2015년 12월 기준). 부산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이유는 청년문화정책은 '잡을 사람을 잡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떠날 사람 잘 떠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경제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과 문화 분야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더 큰 세상으로 꿈을 안고 떠나는 청년문화인을 잡을 수 없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라도 부산으로 돌아오게 방법을 궁리하자. 또는 이들이 큰 세상에 나가 문화예술로 성공했을 때 "나의 꿈은 부산에 살 때 체험한 청년문화육성정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하자. 문화예술은 상징성이 큰 힘을 발휘하는 영역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청년문화인들이 부산으로 '유입'되게 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매력이 있으면, 그들은 온다. 제주도로 젊은이들이 몰려가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매력 있는 청년문화정책을 꾸준히 펼쳐 믿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책을 '세심하게' 짜야 한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