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숙, 연필로 그린 수많은 선
- 들판 같으면서, 모피 같기도
- 이수경, 단색 바탕 과감한 보색
- 캔버스 위 공간·입체감 만들어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는 프랑스에 살며 작업하는 여성 화가 두 명. 비슷한 인생 여정을 걸었는데도, 작품 세계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DICHOTOMIE', 즉 '이분법'이다. '갤러리 604'(부산 중구 중앙동)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유혜숙(53), 이수경(48) 작가의 'DICHOTOMIE' 전을 오는 3월 11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 6'(해운대 부민병원 1층)에서도 동시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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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숙 작가 작품(왼쪽), 이수경 작가 작품 |
'DICHOTOMIE'는 프랑스어로 이분법, 상반성을 의미한다. 그리스어로 '떨어져 있는'을 의미하는 'dicha'와 '자르다'를 뜻하는 'tomos'에서 유래했다.
한국 국적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빼면, 유혜숙과 이수경 작가의 작품세계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유혜숙은 이화여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파리 에꼴 드 보자르를 졸업한 전형적인 미대 출신 작가다. 이수경은 대학에서 불문학과를 전공해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일한 흔치 않은 경력이 있다. 이수경 작가가 들었던 미술 수업은 일반인을 위한 드로잉 강좌가 전부였다.
작품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유 작가는 연필을 주재료로 아크릴 물감 등을 써서 거의 모든 그림을 흑백 단색으로 구성한다.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색을 칠한 뒤 그 위에 연필로 무수한 선을 쌓는다. 그 선들은 무수한 풀이 자란 들판이 되고, 모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의 머리카락 같기도 하다.
작품에는 다양한 일상의 소재가 등장하지만, 어떤 형상이건 그 형상보다는 연필로 쌓아 올린 무수한 시간과 노동의 행위가 유 작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다.
이 작가는 미술 전공자라면 쉽게 쓰지 못할 색을 과감하게 활용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그는 다섯 번 이상 매끄럽게 겹친 단색의 바탕 위에 서로 보색을 이루는 선들을 그린다. 얽히고설킨 선들은 캔버스 위에서 무한한 공간감과 입체감을 만든다. 단숨에 그린 붓질의 흔적은 행위 자체가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그는 떠오르는 형상을 캔버스에 직감적으로 옮긴다.
갤러리 604 측은 "전혀 다른 방식의 작업을 추구하는 두 작가를 통해 가볍지만 치열하고, 무겁지만 경쾌한 낯선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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