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까지 5명 '예술가의 눈'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울아트스페이스'가 개관 11주년 기념전에 시각의 폭을 확장하고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작가 5명을 초청했다.

	김경민 작 'wonderful day'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개관 11주년을 맞았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3, 4년 만에 문을 닫는 갤러리가 속출하는 부산에서 11주년을 맞았다는 건 의미 있는 약진이다. 독립영화 감독으로도 활약하는 김선영 대표는 1, 2층으로 구성된 작지 않은 갤러리를 1년 내내 대관 없이 기획전으로 채운다. 지금까지 개최한 기획전만 해도 170여 회에 이른다.

11주년 기념전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스타일을 구축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An Eye For Art-예술가의 눈' 전이다.

김경민 작가의 인물 조각은 하늘을 향해 높이 얼굴을 든 채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다. 조각가 남편과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 덕분에 오히려 작업을 하게 된다"는 작가는 일상의 범주에서 현대인이 공감할 소소한 하루를 이야기한다.

커다란 바구니 위 소복한 진달래 꽃잎 그림으로 주목받는 김정수 작가는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주로 이국적인 그림을 발표하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고 그 뒤로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그림을 그린다. 어린 시절 진달래 꽃잎을 뿌리며 자식을 축복하던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진달래 꽃잎 시리즈를 시작했다. 중국의 철쭉이나 일본의 벚꽃이 아닌 진달래의 온화한 분홍빛을 만들어냈다.

	안성하 작품.

안성하 작가는 병에 담긴 사탕, 담배꽁초, 코르크 마개 등을 확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현대인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의 대상을 통해 달콤함이 주는 순간의 행복과 이면의 고통, 중독성을 이야기한다.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사실적이지만, 다가갈수록 흐려지는 붓 터치는 '이중성'을 표현했다. 한성필 작가는 영국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복원 공사 현장에 설치한 실물 크기 가림막을 보고 실재와 재현의 경계를 혼동하게 됐다. 이후 건축물 복원현장이나 벽화가 그려진 장소를 찾거나, 직접 가림막을 설치해 일출 또는 일몰의 신비한 빛 속에서 대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가상인지 혼돈하게 만든다.

황선태 작가는 창문을 통해 유입되는 빛과 공간을 이어주는 그림자를 표현해 마치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나른한 오후의 느낌을 전한다. 유리 위에 초록 윤곽선이 그려져 있는데, 스위치를 켜면 은은한 빛이 윤곽선을 관통하고 그림자가 생성돼 입체적 공간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