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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이름, 망각으로부터의 구원

너의 이름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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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02 19:32:4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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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이름에는 힘이 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어떤 대상을 향해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대상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다. 인간은 항상 존재를 이름을 통해 연상되는 무언가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망자의 이름을 거듭 부르며 혼을 건지려는 전근대의 주술에서 철학자 알튀세르의 철학 이론에 이르기까지 고금을 가리지 않고 호명, 즉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에서 이름이 지니는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너는 누구니?(お前は誰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관통하는 질문 또한 이와 맞닿아있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는 시골 소녀 미츠하와 몸이 바뀌는 일을 겪는다. 어떤 인연도 없이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체험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미츠하를 만나기로 결심한 타키가 미츠하의 시골 마을을 찾기 시작하면서 영화 흐름에 반전이 일어난다. 미츠하의 마을은 3년 전 운석의 파편이 떨어져 일어난 충돌로 사라졌으며, 그녀는 재난에 희생되어 이미 고인이 되었던 것. 다시 한번 과거의 미츠하에게 접신할 기회를 얻은 타키는 다가올 재난에서 미츠하와 마을 주민들을 구하고자 한다.

'너의 이름은'의 서사적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와 매우 밀접하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망각의 강 레테의 물을 건너 저승으로 간 연인을 되살리고자 노래를 부른다면, 타키는 점차 흐릿해져 가는 미츠하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쓴다. 기억에서 잊혀지지만, 반드시 떠올려야 하는 이름. 여기서 이름의 힘에 대한 감독의 은유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너의 이름은'은 미츠하의 이름을 통해 마을과 사람들, 재난으로 사라져버린 공동체와 삶의 존재 모두를 환기해낸다. 이름이 사라진 존재는 더는 인지되지 않기에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 하지만 잊히고 세상에서 사라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에 담긴 존재의 시간과 역사를 조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도인 동시에 역사의 교훈을 각인하려는 의지의 표현. '너의 이름은'은 일본 사회의 맥락과 닿아있지만, 지역을 넘어서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세월호 사건을 겪은 뒤의 한국 사회에도 영화의 교훈은 유효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경주 리조트 붕괴와 같은 무수한 인재가 있었지만, 정작 재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죽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한 채 잊히고, 늘 유사한 형태의 사고를 반복해 왔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오랜 라틴어 격언을 비틀어보고자 한다. '이름을 기억하라(memento nomen)'. 구원의 가능성을 여는 일말의 활로는 바로 거기서부터 열리리니.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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