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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톡·톡] 멜로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 "창조적 감성은 녹여내는 것"

콘텐츠 토크 콘서트

  • 국제신문
  •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  입력 : 2017-02-05 19:16:2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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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은 간다·8월의 크리스마스…
- 시나리오도 집필하는 허 감독
- 억지없는 멜로 고집하는 이유
- 장면·대사 등 연출 노하우 전해

올해부터 '콘텐츠 토크 콘서트'를 시작한 부산콘텐츠코리아랩 금정서브센터는 첫 강연자로 '멜로의 거장' 허진호 감독을 선택했다. 허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해 '허진호표' 영화를 완성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 등의 걸작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덕혜옹주'(2016)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 4일 부산콘텐츠코리아랩 금정서브센터가 주최한 '콘텐츠 토크 콘서트'에서 허진호(왼쪽 두 번째) 영화감독이 청중에게 자신만의 콘텐츠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제공
지난 4일 오후 2시 부산대 효원산학협동관 대회의실 101호에서 열린 강의 주제는 '영화에서의 창조적 감성 표현'. 객석에는 젊은 층과 장년층이 모두 보였다.

"창조란 어떤 것을 베끼고 참조하는 것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감성이에요. 저는 주변 인물 관계에서 본인이 느낀 감성은 창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장면에 '슬픔을 줘야겠다' '기쁨을 줘야겠다'가 아니라 본인이 만진 것, 본인이 본 것을 드러낼 때 창조적일 수 있죠."
허 감독의 영화는 특정한 감정을 대놓고 말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강렬한 극적 요소나 억지 없이도 관객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건 "일상에서 느낀 느낌을 차곡차곡 쌓아 이야기를 만들고 영화에 녹여내서"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아들이 등장한다. 그런 아들은 비디오 카메라 작동법을 모르는 아버지 모습에 속상해 한다. 또한, 외할머니 시신을 모신 구급차가 지나던 길에 핀 개나리 군락('봄날은 간다') 등 숱한 장면이 허 감독의 실제 체험에서 나왔다.

주변 이야기도 영화에 많이 넣었다. 허 감독은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멜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건 배우와 주변인의 이야기를 담은 덕분"이라며 "조감독의 실연 경험에서 '봄날은 간다'의 차를 긁는 장면이 나왔고, '행복'에서 임수정이 가슴을 부여잡고 뛰다 쓰러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장면은 현장에서 완성했다.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창작자의 '업보'라고 허 감독은 말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자신이 지은 표정을 적어둘 수 있고요, 처참하게 차이고 난 슬픔을 글로 옮겨 놓을 수 있어요. 하루하루 평이하고 아무것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지만 뭐든 생기죠. 순간의 감정을 자기화해서 기록하고 준비하면 창조적인 감성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그런 걸 가지고 있어요."

허 감독은 멜로가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요즘에는 허진호가 한다 해도 멜로는 안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신인 감독이 나오기 힘든 산업화, TV 드라마의 영향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멜로 영화의 미래를 낙관했다. "배우도 제작자도 멜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하죠. 재개봉한 '노트북' '이터널선샤인'이 관객몰이를 했잖아요. 이럴수록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죠." 강연 내내 그가 강조한 '창조적 감성'이 다시 한번 기대된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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