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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우리가 쓰는 말 어떻게 태어나고 변할까 /안덕자

프린들 주세요-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혜원 그림 /사계절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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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10 19:07:3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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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많은 단어 생기고 사라져
- 기성세대 신조어 기피하지만
- 언어는 생물같아 항상 바뀌어

닉은 생각이 기발하고 장난이 심하다.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여 반을 웃음바다로 빠지게 하고 시간 끌기를 잘한다. 닉은 5학년이 되면서 학교의 전설로 불릴 만큼 엄격한 그레인저 선생님에게 국어 수업을 받게 된다. 닉은 사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선생님을 곯려주려고 일부러 엉뚱한 질문을 한다.
   
"그런데 왜 이런 낱말은 이런 뜻이고 저런 낱말은 저런 뜻인지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개'라는 말이 꼬리를 흔들며 왈왈 짖는 동물을 뜻한다고 누가 정했나요? 누가 그런 거죠?"

선생님이 닉이 던진 미끼를 물었다. "누가 개를 개라고 했냐고? 네가 그런 거야. 여기가 프랑스라면 그 털북숭이 네발짐승은 '시엥'이라고 불렀을 거야. 우리말로는 '개'지. 독일어로는 '하운스'이고.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다른 말이 있어. 하지만 이 교실에 있는 우리가 개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로 하면 개는 그 이름으로 불릴 테고 나중에는 사전에도 그 이름이 올라가게 될 거야. 사전에 나오는 말은 바로 '우리'가 만드는 거란다.

   
닉은 오늘도 수업시간에 질문을 물고 늘어져 수업이 거의 끝나갈 지경이 되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하루 치 수업을 남은 8분 안에 다 해치웠다. 당연히 숙제까지 내주었다. 닉은 그레인저 선생님은 도저히 물고 늘어지기 힘든 사람이라 더는 엉뚱한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닉은 친구와 장난을 치며 비틀거리다가 금빛 볼펜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닉의 기발한 생각이 작동했다. 말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으로 닉은 펜을 집어서 친구에게 주며 말했다. "자, 프린들."

친구는 볼펜을 받아들며 '바보 아냐?' 하는 눈빛으로 닉을 쳐다본다. "프린들이 뭐야?"

얼마 뒤, 닉을 포함한 비밀요원 여섯 명은 "나는 오늘부터 영원히 펜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 그 대신 프린들이란 말을 쓸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서약서를 쓴다. 아이들은 새로운 말을 열망하고 선생님은 금지한다. 문제는 점점 커져 학교와 집과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힌다. 표준말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 논쟁이 벌어진다. '프린들'은 날개 달린 듯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프린들'은 겉으로는 반대하던 그레인저 선생님 덕분으로 당당히 사전에 실린다. 파생상품까지 생겨 닉은 부자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은어에 해당하는 많은 신조어가 생기고 사라진다. 캥거루족, 기러기 아빠, 갑질, 꽃청춘, 그루밍족, 대인배, 꿀피부…. 파덜어텍, 엄빠주의, 무지개매너 등 10대가 쓰는 신조어는 세대 간에 소통의 벽을 쌓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란 생물 같은 것이라 우리의 말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쓰지 않으면 사전 속에 갇혀 있다가 언젠가 사라진다. 기성세대는 신조어를 그저 내칠 게 아니라 그 말 속의 아픔과 기대와 소망을 느껴 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세대 간 벽도 조금은 허물어지지 않을까?

   
지난해 국립국어원은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 '우리말 샘'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50만 개 외에 단어 100만 개가 표제어로 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실생활에 쓰는 한국어의 생생함을 보여준다. 이들 단어가 계속 쓰인다면 잎새, 이쁘다처럼 표준어로 자리 잡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가 쓰는 말이 어떻게 생겨나고 유행하고 변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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