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김신혜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저는 말했습니다. 죽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말라고. 지금은 어둡지만 '반드시 정의가 찾아와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고 되풀이 했습니다."

인권운동가 고상만은 '절벽'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법·언론·시민의 연대를 추진해 인권을 보호하고자 전력투구한 사람이다.

존속살인 혐의로 수감된 완도 여성 무기수 김신혜, 경찰과 법원의 괘씸죄 표적이 돼 온 가족이 차례로 재판을 받으며 전과자로 몰릴 뻔한 충주 부부, 장막 속에 가려진 수많은 군대 내 폭력과 사망사건 등 그가 뛰어든 사건은 다양하다.

그는 피해자 또는 유족의 요청을 받고 사건에 뛰어들었고, 그 진행 과정을 '고상만의 수사반장'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시민에게 알렸다. 2014년 4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60회 팟캐스트에서 방송한 내용을 토대로, 그 뒤 진행 결과와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까지 보태 책으로 엮었다.

고양시 인권위원, 국회의원 보좌관, 교육청 시민감사관, '오마이뉴스' 기자 등의 명함을 가진 그가 인권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1989년 대학 입학 후 민주화운동을 하던 동료 형을 잃었다. 이듬해 봄, 친한 친구가 형의 의문사 진실을 밝히라고 절규하며 분신했다. 나도 수배를 받다 감옥으로 끌려갔다. 힘이 없어서였다. 다시는 나처럼, 우리처럼 당하지 않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책에 실린 실화에 나온 피해자의 인권 상황은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참담하다. 고상만은 그래서 더더욱 인권을 위한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