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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벽화 너머에 사람이 있다 /박진명

춤추는 마을 만들기- 윤미숙 지음 /남해의봄날 /1만 5000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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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24 19:05:2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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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개발 막기 위해 추진
-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 발길 끄는 관광지 되기까지
- 숨은 노력들 생생하게 담겨

'동양의 나폴리'란 비유가 식상하지만, 이상하게도 통영의 매력을 설파하는 사람이 많다. 나의 아내를 비롯해 통영 출신 사람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꿀빵과 충무김밥 가게가 즐비한 강구안과 중앙시장, 동피랑 벽화마을이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요즘도 여행객과 관광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이 뒤섞여 줄을 서서 올라갈 정도로 사람이 많다.
   
'춤추는 마을 만들기'의 저자 윤미숙 씨가 책을 들고 경남 통영시 동피랑 마을 벽화 앞에 섰다. 남해의봄날 제공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벽화의 이미지만 좇아 마을을 돌다 보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통영시가 오래된 주택을 허물고 이곳을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무허가 주택을 비롯해 좁은 집의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고 나가 봐야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힘들 게 뻔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마을활동가가 주민과 궁리했다. 그들은 통영의 강구안이 내려다보이는 자연경관을 활용하고, 시가 추진하는 공원 개발을 보류할 정책적 성과를 만들 방법으로 '벽화'를 떠올렸다.

   
'벽화'가 시의 공원 개발을 무력화시키고, 동피랑 벽화마을의 주요 관광자원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을활동가인 저자 윤미숙이 있다. 마을 개발을 위한 주민 설명회에 참석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을 모아 대안을 궁리하고, 행정을 설득하고, 예산을 마련하고, 주민을 만나 담벼락 사용에 양해를 구하고, 온갖 곳에 마을을 홍보하고, 참가자를 모집해 벽화전을 여는 등 다양한 일이 '해일처럼' 뒤따랐다. 사람들이 잘 모를 때는 만나서 쉬운 말로 설득하느라, 동피랑이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마을 안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느라 바빴고, 그 과정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

윤미숙은 춤추는 마을 만들기에서 동피랑 벽화마을을 만든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책 속에는 그가 마을에서 만난, 늙어 이승을 떠난 할매, 어느 날부터 안 보이기 시작한 시인, 처음에는 싫다고 하다 나중에 벽화를 그려달라는 주민, 벽화전에 참여하며 고생한 작가 등 10년 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과 마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구경꾼인 관광객과 사업 성과 관리자인 행정의 시선에서 누락되기 쉬운 마을 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의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서 '문화마을 만들기'를 진행한 3년 동안 주민과 행정을 오가며 없던 일들을 만들고, 다 된 일이 엎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을은 있다가도 없는 신기루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정 따로, 주민 따로, 활동가 따로라 공통분모를 찾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했다. 지치는 순간 '욕 안들을 정도만 하고 말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결국은 눌러 담고 주민과 행정을 만나러 갔다. 이 책은 마을만들기를 하는 이에게 좋은 지침이자, 현장에 있는 활동가에게 위로가 된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붙고, 서울 종로구 이화동은 주민이 벽화를 덮어버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마을 만들기의 티 내기 좋은 방편으로 벽화가 한때 유행했기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동피랑도 그저 대박 난 벽화의 사례로만 알고 말았을 것이다. 재개발의 대안으로 도시재생과 마을 만들기가 붐이다. 그 현장에 있을 활동가와 행정가, 주민, 그리고 방문자들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마을에 사람이 있다. 부디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만 보지 말고 그 너머를 보시길 당부한다."

문화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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