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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애썼다, 찬겨울 이겨내고 돋아난 여린 잎아" /강이라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 전승훈 지음 /지성사 /1만 6800원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0 19:17:3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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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땅 헤집고 싹 틔운 뒤
- 투쟁과 몸부림의 시간 거쳐야
- 도토리 열매 맺는 신갈나무
- 서민들 지난한 인생과 닮아

신갈나무를 아세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 분포하며 전체 숲에서 소나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나무입니다. 생김새를 말한다면 둥근 수형에 가장자리는 뾰족하고 크기는 손바닥만 한 이파리 안쪽으로 작은 열매들이 알알이 박혀 있고 열매의 머리에는 겹겹으로 주름진 모자가 씌워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참나무라고 부르는 '도토리 엄마', 신갈나무입니다.
   
신갈나무는 참나무 속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참나무'라는 나무는 원래 없으며 신갈나무를 포함한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등을 참나무로 통칭합니다. 참나무 속의 목재들이 워낙 단단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다 보니 참나무(진짜나무)란 애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지요. 그 나무들의 열매가 바로 도토리입니다.

   
숲속의 신갈나무. 지성사 제공
신갈나무와 투쟁. 두 단어의 조합이 영 낯설고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그 이유를 밝힙니다. '나무에게도 치열한 삶이 있다. 작은 종자 하나에서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우는 일에서부터 잎을 만들고, 줄기를 키우고, 뿌리를 키우고,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만드는 어느 것 하나 거저 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참나무가 아닌 신갈나무여야 했으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치열한 투쟁사여야 했다는 작가의 말을 곰곰이 되씹어봅니다. 그렇다면 늠름하게 잘생긴 한반도의 대표 수목 소나무 대신 왜 흔한 신갈나무일까요. 소나무가 군림하는 숲의 틈새에서 생장보다는 생존이 우선인 신갈나무의 일생이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 서민들의 지난한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봄, 소나무에 자리를 내어주느라 제거된 신갈나무의 마른 그루터기에서 잎이 납니다. 몸뚱이가 잘리는 불행 속에서도 새로운 줄기를 키울 수 있는 뿌리는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나무의 나이와 상관없이 새잎은 언제나 연하고 푸릅니다. 어린잎은 본능적으로 빛을 받기 위해 하나의 줄기만을 고집하며 하늘을 향합니다. 빛의 쟁취만이 성장을 촉진하고 생존을 보장합니다. 투쟁과 몸부림의 시간을 거쳐 청년으로 자란 신갈나무가 드디어 꽃을 피웁니다. 길게 늘어진 수꽃과 줄기 끝의 보라색 암꽃은 기능만을 살린 수수한 모양새입니다. 속씨식물인 신갈나무는 수정과 번식이 용이하도록 암술머리 밑에 씨방을 마련해 그 안에서 종자를 키워냅니다. 여문 종자인 도토리는 딱딱한 갑옷을 입고 있으며 맛은 떫고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종자의 진가를 알아본 다람쥐와 인간은 가을이면 어미 나무의 애타는 호소도 듣지 못한 채 도토리를 줍습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도토리가 어미에게서 최대한 먼 곳으로 굴러갑니다. 어미 나무는 가을의 끝에 이르러서야 초라한 빛깔로 바랜 잎을 도토리 위로 떨궈줍니다. 작가는 신갈나무의 잎이 유독 늦게 지는 이유를 어린 도토리가 혹독한 겨울을 날 것을 염려해 두툼한 낙엽 이불을 덮어주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책에는 작가의 감성 어린 문장이 꽤 많습니다. '나무로부터 받는 위안은 도피적 위안이 아니라 지구상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어야 한다.' 학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나무를 보려는 작가의 생명 존중 태도가 물씬 느껴집니다.

   
봄입니다. 어느 산길에서 삐죽이 고개를 내민 신갈나무 어린 잎사귀가 보인다면 지난겨울 살아내느라 애썼다, 격려하며 한 번 어루만져 주세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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