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산메디클럽

[국제시단] 이 늦은 봄소식을 /최영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2 22:50:55
  •  |  본지 8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직 대통령의 불행한 결말이 선포되는 순간

   
나는 왜 눈물이 났던가 몰라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급한 일로 택시를 타고 가던 그날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세월호 뉴스에

기사는 단순 교통사고를 두고 왜 지랄들이냐 투덜거렸고

무작정 택시에서 내린 나는 팽목항 쪽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아픈 역사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처럼 비아냥처럼 말하는

어른들이 있구나 몹쓸 옹고집들이 있구나

그리고 오래 전 그러니까 1999년 6월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을 떠올렸다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모질게 모질게

이를 악물고 조국을 버렸을 한 어머니의 눈물을 떠올렸다

또 그 십여년 십여년 십여년 전, 개발 독재에 짓밟혔던

형형색색의 꽃들을 생각했다 그때 울지 않은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울지 않았다 여러 번의 봄이 가고

여러 번의 겨울이 가고 이제 다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한숨과 비탄으로 엄동설한 옹알이를 끝낸 꽃들

너희가 이제 그 눈물의 화신인 것만 같아

그 통곡의 징표인 것만 같아 나는 또 눈물이 나는구나

미안하다 꽃들아 일찍 피고 일찍 쓰러져간 꽃들아

이 봄엔 우리 다시 모여 조잘대며 걸어오는 새날을 반기자꾸나

먼길 돌아 당도한 이 늦은 봄소식을 서로의 가슴에 달아주자꾸나

오래 아팠던 너와 나의 멍울진 눈물과 한숨을 오래 닦아주자꾸나

〈약력〉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남. 부산에서 성장. 1984년 무크 '지평' '현실시각',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 '찔러본다' '금정산을 보냈다' 등.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등.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 수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먼 데서 구하려하지 말라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이북의 장떡, 부산에 오다
국제시단 [전체보기]
눈 속에서-춘설 /조성범
캔, 캔 자판기 /정익진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멈춰진 남자
공포의 모둠일기 다시 오다
리뷰 [전체보기]
불 꺼진 무대가 물었다, 당신은 고독하지 않냐고
방송가 [전체보기]
고교 동창들과 떠나는 광주·담양여행
인순이·에일리 판타스틱 컬래버 무대
새 책 [전체보기]
윤한봉(안재성 지음) 外
침묵의 예술(앙랭 코르뱅 지음·문신원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보고서 왕' 되는 실전 작성법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분홍물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부재(不在)의 사연 : 케미, 핀란드-지석철 作
Nature 1702-김덕길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기후로 달라지는 각국의 생활모습 外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조약돌 /배종관
난 꽃이 지다 /장정애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8회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최종국
제15기 GS칼텍스배 결승 제4국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봉준호 감독 '옥자' 극장·넷플릭스 동시 개봉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누구?
조봉권의 문화현장 [전체보기]
'이런 미친' 역사에서도 우리는 배우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폭력의 일상과 구조
무심히 가는 봄날처럼 시간은 붙잡을 수 없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자리를 바꿔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박진명
멀게 느껴지던 헌법, 우리 곁에서 살아 꿈틀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더 진하고 따뜻해요, 가슴으로 맺어진 가족 /안덕자
인간, 그가 어디에 있든지 사랑할 수 있어야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끈끈해진' 감독들 "부산서 작업 즐거웠다"
유네스코 등재 염원 못 살린 조선통신사 축제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7년 5월 24일
묘수풀이 - 2017년 5월 23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1회 렛츠런파크배 어린이 바둑대회 최강부
2016 부산 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전체보기]
臣視君如寇讐
臥薪嘗膽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