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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 이 늦은 봄소식을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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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12 2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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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불행한 결말이 선포되는 순간

   
나는 왜 눈물이 났던가 몰라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급한 일로 택시를 타고 가던 그날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세월호 뉴스에

기사는 단순 교통사고를 두고 왜 지랄들이냐 투덜거렸고

무작정 택시에서 내린 나는 팽목항 쪽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아픈 역사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처럼 비아냥처럼 말하는

어른들이 있구나 몹쓸 옹고집들이 있구나

그리고 오래 전 그러니까 1999년 6월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을 떠올렸다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모질게 모질게

이를 악물고 조국을 버렸을 한 어머니의 눈물을 떠올렸다

또 그 십여년 십여년 십여년 전, 개발 독재에 짓밟혔던

형형색색의 꽃들을 생각했다 그때 울지 않은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울지 않았다 여러 번의 봄이 가고

여러 번의 겨울이 가고 이제 다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한숨과 비탄으로 엄동설한 옹알이를 끝낸 꽃들

너희가 이제 그 눈물의 화신인 것만 같아

그 통곡의 징표인 것만 같아 나는 또 눈물이 나는구나

미안하다 꽃들아 일찍 피고 일찍 쓰러져간 꽃들아

이 봄엔 우리 다시 모여 조잘대며 걸어오는 새날을 반기자꾸나

먼길 돌아 당도한 이 늦은 봄소식을 서로의 가슴에 달아주자꾸나

오래 아팠던 너와 나의 멍울진 눈물과 한숨을 오래 닦아주자꾸나

〈약력〉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남. 부산에서 성장. 1984년 무크 '지평' '현실시각',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 '찔러본다' '금정산을 보냈다' 등.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등.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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