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꾼 8명 출연료 안 받아 성사
- "침체된 지역에 활력 불어넣겠다"

부산 남자들이 '뜨거운 춤' 한판을 펼친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예술계의 상황과 사회적 압박감 앞에서 크게 포효해보겠다는 기세다. 안무가이자 춤꾼 김남진(48)은 남성 춤꾼 8인과 함께 창작춤 '길, 걷다'를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그를 만나 이번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는 21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신작 '길, 걷다'를 올리는 안무가 김남진. 김남진피지컬씨어터 제공

"파격적으로 변하고 싶었어요. 침체한 지역 춤계에 부산 남자의 강한 열정, 저돌적인 힘을 불어넣고 싶었죠. 'Wake up(일어나)!'을 외치며 우리를 가로막는 환경에 대해 끓는 열정을 분출하는 무대로 만들고자 합니다."

김남진의 이력은 다채롭고 탄탄하다. 춤에 매료돼 경성대 무용학과에서 춤을 배웠고, 부산에서 주목받는 춤꾼으로 활동하다 1995년 프랑스로 떠났다. 3년 뒤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세계 현대무용계를 주름잡던 벨기에로 진출해 다시 한국인 처음으로 벨기에 최고 수준의 현대무용단 세드라베에 입단해 4년간 활약했다.

2006년 귀국한 그는 서울에서 '댄스 씨어터 창'을 만들어 한국적 색채를 품은 독창적인 현대춤으로 연 30회 이상 공연했다. 2013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미국 뉴욕에서 공연했다.

그는 2014년부터 부산과 서울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몇 년 전 부산 춤의 허리 격인 남성 춤꾼들이 만든 현대무용단 '엠노트'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죠. 직업 현대무용단을 만들 수 없는 현실이라면, 맏형 세대인 제가 나서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어요."

그는 경성대에 춤을 전공한 이들이 주축인 동인단체 '줌 현대무용단'에서 작품을 내다가 지난해 자기 이름을 건 '김남진피지컬씨어터'를 만들었다. 춤과 연극의 만남을 지향하는 춤 단체다. 대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어 메시지가 확실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춤은 추상적이어서 이해하지 못 하는 관객이 많아요. 제가 댄스씨어터 창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10년간 국내외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춤과 연극의 만남이 갖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춤이냐 연극이냐 정의하지 말고 관객에게 종합 선물을 드리자는 거죠."

'김남진피지컬씨어터'의 부산 첫 공연인 '길, 걷다'의 1부는 '무게'다. '무게'는 오늘날 젊은 청춘이 삶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며 하루하루 '삼켜내는' 삶의 모습을 그린다. 허종원 이상훈 김평수 이용진 허성준 김유성 강건 김민찬 등 남자 춤꾼 8명이 힘있는 춤을 선보인다. 이어 김남진이 2부 '씻김'에서 상처받은 영혼과 불효를 홀로 풀어낸다.

출연진은 이번 공연에서 "노 페이"를 선언했다.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남진의 애초 계획과 달리 해당 공연이 부산문화재단 지원금 신청에서 떨어진 것이 계기다. 그는 "공연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출연자들이 흔쾌히 나서주었다.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치 성룡 영화를 보고 따라 하고 싶은 것처럼 이 공연을 본 관객도 '나도 춤추고 싶다'는 에너지를 받길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들의 열정을 응원하고자 부산 출신 연기파 배우 이재용이 이 공연에 흔쾌히 출연해 무대에서 작품에 관한 토크쇼를 진행한다. 2만 원. 010-2200-0091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