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하구·진해만 일대
- 통발·자망으로 4~6월 어획
-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 일품

- 쑥 등 봄나물과 어울려
- '초봄 음식'으로 인식 굳어져
- 봄철 영양식으로 원기 북돋워

예부터 '봄 도다리'는 봄 바다의 전령이라 했다. 겨울에 산란하고 봄철에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도다리'는 봄이 오면서 서서히 맛이 든다. 바다의 봄을 제일 먼저 맛있게 알리는 생선이 도다리인 것이다. 꼬들꼬들한 식감에 감칠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해 겨우내 찌뿌드드한 몸을 일깨우는 데 최고의 역할을 한다.

	먹음직한 도다리쑥국 한 상 차림. 촬영 협조=부산 동래구 일신초밥

부산은 낙동강 하구와 진해만 일대에서 '봄 도다리'를 어획하는데, 이때쯤이면 많은 어선이 통발이나 자망(물속에 그물을 수직으로 길게 쳐 놓고 물고기를 잡는 그물)으로 도다리를 잡는다. 일부 낚시꾼도 진해만 일대 배낚시로 회를 뜰 만큼씩 쉬 잡아 올리기도 한다.

강서구 사람들은 '깻잎 도다리회'를 봄의 최고 일미로 즐겨 먹는다. 작은 깻잎 정도 크기에 속살이 향기로워 '깻잎 도다리'라고 하는데, 뼈째 썰어서 먹으면 오돌오돌, 꼬독꼬독 다양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이 정도 크기면 뼈와 살이 적당히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어서, 이 도다리뼈회를 먹기 위해 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꾼들이 있을 정도.


◇ 쑥과 도다리의 만남, 봄을 부르다

	도다리

도다리는 가자밋과의 물고기이다. 몸길이는 30cm 정도이고 체형은 마름모꼴이다. 두 눈은 몸의 오른쪽으로 튀어나왔으며, 주둥이는 짧고 작다. 흔히들 '좌광우도'의 구별법에 의해 생선을 마주 보고 왼쪽에 눈이 몰려있는 것은 광어(넙치), 오른쪽에 눈이 몰려있는 것을 도다리로 구분한다. 그래서 가자밋과의 많은 생선을 도다리로 인식하는데, 도다리는 가자미과 생선의 한 종류이다.

양식이 힘들어 '강도다리' 이외에는 대부분 자연산이다. 성질이 까다롭고 성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씹는 식감이 월등하다. 또한 단백질을 다량 함유한 생선이면서도 뼈째 먹으면 그 고소함이 남달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어종이기도 하다.

원래 도다리의 제철은 봄이 농염해지는 시기인 오뉴월부터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른 봄에 도다리를 찾게 된 것일까? 채 오지 않은 봄을 도다리에게서 구하고자 하는 호사가의 유유자적도 있었겠지만, 쑥 향 은은한 '도다리쑥국'이 봄철을 대표하는 계절 요리로 각광을 받으면서부터이다.

쑥은 겨울 땅속을 제일 먼저 뚫고 나와 온 들판에 봄을 알리는 푸새이다. 봄나물은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에 원기를 북돋워 주고 나른한 몸을 기분 좋게 긴장시켜 준다. 때문에 도다리쑥국은 '바다의 봄'과 '육지의 봄'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봄철 영양식이다.


◇ 취나물 곁들인 도다리뼈회의 풍미

	취나물쌈과 도다리뼈회.

거제 통영 지역의 향토 음식인 도다리쑥국은 여염집에서 들판에 지천인 쑥과 봄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도다리로 국을 끓여 먹었던 것이 그 시작이다. 이 도다리쑥국이 봄철 음식으로 널리 자리 잡으면서, 초봄에 잠시 나는 쑥을 중심으로 '초봄의 음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4~6월에 어획되는 도다리보다 이맘때 다량 어획되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쑥국의 재료인 도다리를 대신하고 있다. 문치가자미는 도다리보다 체형이 길어 둘을 놓고 보면 구분이 확연해진다. '가자미식해'의 재료로도 널리 이용되는 어종이다.

	봄의 맛을 입안 가득 느끼게 하는 '도다리뼈회 취나물쌈'

여하튼 봄에 갓 나온 봄나물과 잘 어울리는 도다리는, 초봄 대표 식재료로 손색이 없는 어종이다. 도다리쑥국도 그러하지만, 도다리회도 취나물이나 동초 등에 콩된장을 얹고 한 쌈 크게 싸서 먹으면 최고의 봄맛을 맞이하게 해준다. 입 안에서 봄 바다가 넘실거리고, 봄바람이 살랑대는 것이다.

필자도 봄이 오면 '도다리뼈회'를 향긋한 향이 일품인 취나물에 쌈 싸먹는 것을 즐긴다. '도다리뼈회 취나물 쌈' 한입 크게 먹으면, 겨우내 소진됐던 기력을 회복하고 생동하는 봄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도다리뼈회'가 나온다. 머리와 내장만 제거하고, 껍질과 뼈를 통째 얇게 썰었다. 껍질째 썰어 씹힘성을 더욱 좋게 하고, 뼈와 함께 먹음으로써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얼마간 숙성시키면 살이 더욱 꼬들꼬들해지고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콩된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햇마늘과 땡초 다진 것을 함께 섞는다. 구수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도다리뼈회 몇 점을 콩된장에 '푹~' 찍어 입에 넣는다. 살은 탄성 있게 씹히고, 껍질은 쫄깃쫄깃, 뼈는 뽀독뽀독 씹힌다. 육질이 촉촉해서 씹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풍부하게 흘러나와, 점점 더 고소해지는 것이 일품이다.


◇ 짜르르한 국물…묵은지와도 조화

	향긋한 쑥과 담백한 도다리 맛이 어우러진 도다리쑥국.

소주 한 잔에 '도다리회'를 취나물에 싸서 먹는다. 취나물은 쑥과 함께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남새 중 하나. 향이 진하면서도 쓴맛과 고소한 맛, 살짝 매운맛까지 가지고 있어 봄나물로 귀하게 쓰이고 있다. 푸들푸들한 취나물과 함께 도다리가 입안에서 퍼드덕거린다. 쌉쌀한 맛과 함께 향긋하게 퍼져나는 봄나물 냄새가 참으로 기껍다.

3년 묵은 '묵은지'에 회 한 점 싸서 입에 넣어 본다. 묵은지의 군내와 콩된장의 구수한 맛이 서로 어우러진다. 탄력 있는 도다리의 육질과 연한 뼈가 절묘하게 혀에 착착 감긴다. 뒤이어 마늘의 향긋함과 땡초의 맵싸함이 뒤끝을 마무리한다.

'도다리쑥국'이 나온다. 국물 한 술 떠먹어 본다. 담박하면서도 시원하다. 지방이 적은 생선이라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다. 다시 국물을 떠먹어본다. '짜르르~' 뜨거운 국물이 온몸을 확~ 데우며 목을 타고 넘어간다.

속이 한꺼번에 풀릴 만큼 시원한 국물 맛을 내면서도 쑥 향의 향기로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생선국이다. 거푸 국물을 떠먹으니 생선국의 깊은 맛과 쑥의 싱그러움이 떠먹을수록 끝없이 우러난다. 급기야 몇 숟갈 만에 속이 다 환하다. 도다리 하얀 속살도 한 점 집어 먹는다. 속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구수하게 씹히는 식감이 가히 일품이다. 쑥과 함께 먹으니 밥상이 온통 싱그러운 바닷바람으로 살랑댄다. 도다리쑥국 하나로 식사 내내, 쑥내음이 가득하다.

도다리는 봄을 기다리는 맛이다. 아직 채 익지 않았지만 봄의 풍성함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봄이 오는 소식과 따뜻한 봄날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봄도다리. 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사람 마음이 다 넉넉해지는 봄밤의 저녁, 그윽하고 여유로운 봄이 뚜벅뚜벅 우리에게로 걸어오고 있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