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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죽어서 살아난 아티스트, 예술의 본질에 대해 묻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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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16 19:05:2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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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는 한 젊은 화가의 죽음을 기리는 추도식으로 막을 연다. 예술의 죽음을 선언하는 서늘한 도입부. '지젤'이란 예명을 쓰는 여류화가 오인숙(류현경)은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와 과외선생으로 일하던 중,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이 그녀의 작품을 눈여겨보면서 개인전을 열게 된다. 신인 지젤의 그림은 해외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유명해지만, 정작 작가인 오인숙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다. 데뷔하자마자 사라진 천재 화가. 극적인 우연이 겹치면서 그림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성공에 도취한 재범은 지젤의 이름을 이용해 더욱 과감한 기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오인숙이 병원에서 깨어나 돌아오면서 재범은 자신의 성공이 단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영화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의 한 장면. 콘텐츠판다 제공
미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예술은 무가치하며 작품에 매겨지는 가치는 일종의 공모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영화에서 김경원 감독은 '예술의 근원적 가치 따위는 없다'는 보드리야르의 명제에 응답한다. 극 중 지젤은 나름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가 되고자 하지만, 정작 얻게 된 명성과 평가는 본연의 의도나 작품의 속성과는 상관없다. 값을 올려 그림을 팔려는 화랑의 마케팅 전략과 여기에 가담한 비평에 의해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매겨지며, 필요하다면 작가의 인생까지도 대중의 구미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조작할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비운의 천재 작가 지젤의 허상이 살아있는 오인숙 본인을 덮어버리고, 재범은 지젤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실체인 오인숙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그림자가 실체를 압도해버리는 기막힌 역전. 이것을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simulacre)라 부른다.

일본 다도의 창시자 센 리큐(千利休)는 대나무 수저나 통발 같은 흔한 물건도 자신이 보고 마음에 들면 감정가를 붙여 명품으로 대접받게 했다고 한다. 현대 미술도 그와 같다. 고전 미술은 자연을 얼마나 생생하게 재현하는지가 평가의 잣대가 되지만, 모더니즘 이후의 현대 미술에서는 해석이 중요하다. 물감을 흩뿌리고(잭슨 폴락), 공장에서 막 생산된 변기를 가져다 전시하고(마르셀 뒤샹), 무대에서 피아노를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백남준) 등 현대 미술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포기한 대신 기괴함 또는 기발함에 대한 '해석'을 요구한다. 그리고 얼마나 그럴듯한 해석이 붙이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정해진다. 오인숙은 예술을 평가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외치며 미술계 중진 박중식(이순재) 화백에게 "선생님 작품이 과대평가된 거 아시죠?"라고 속삭이지만, 무수한 차이를 빚어낸 현대 미술에서 객관적 기준이나 본질적 가치 같은 건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성을 고양시키고 존재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는 예술의 낭만주의적 믿음이 깨어진지 오래다. 그러나 상품이자 껍데기로서의 지젤을 버리고 예술가로서 자기 존재를 선언하는 오인숙의 선택처럼, 영화는 냉소와 허무를 딛고 다시 예술 본연의 진정성으로 되돌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코미디의 가벼운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에서 다시 한 번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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