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배경 형사 역할 맡아
- 온천장 부근 철거 현장서 촬영

- "말 못하는 아내, 아픈 아들 위해
- 나라도 같은 선택하지 않았을까
- 아내 역 라미란 안고 눈물 흘려"

영화와 드라마에서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온 배우 손현주가 영화 '보통사람'(개봉 23일)에서 특별한 시대를 살아간 보통 형사가 됐다. 보통 사람들의 힘으로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었던 1987년을 배경으로 한 '보통사람'은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온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 공작에 휘말리면서 소박했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다리가 아픈 아들의 수술을 위해 안기부 실장의 연쇄 살인사건 공작에 가담하게 되는 강력계 형사 성진 역을 맡은 손현주. 오퍼스픽쳐스 제공

손현주가 연기한 성진은 다리가 아픈 아들의 수술을 위해 안기부 실장(장혁)의 연쇄 살인 공작에 가담하고, 이 탓에 동네 형이자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의로운 기자 재진(김상호)을 배신한다. 격랑의 시대에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성진 역을 맡아 시대의 굴곡을 보여준 손현주를 만나 '보통사람'을 돌아봤다.

-'보통사람'의 제작이 여의치 않아 오래 기다린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 영화 배경이 1975년이었고, 제목도 '공작'이었다. 그런데 많은 회의 끝에 1987년으로 시대를 옮기고 제목도 바꿨다.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인데도 '경직된 나라'에서 투자받기가 힘들었다. 문화는 문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어떤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는가?

▶'말을 못하는 아내와 다리가 아픈 아들을 위해 사는 가장'이라는 내용이 제 발목을 잡았다. '보통사람'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거대한 권력이나 두터운 벽을 깨나가는 것은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것을 보여주는 장르를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르를 많이 한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안기부 공작에 가담한 성진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에서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는 대사가 있는데, '손현주'라는 보통 사람은 성진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사람'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끔 생각한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성진이 허름한 산동네 집에서 잠든 아들을 두고 아내(라미란)를 안고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성진의 현실이 가슴 아팠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때 현실 같은 느낌이 들어 아내 역 라미란 씨를 안고 실제 울었다. 김봉한 감독도 제가 그냥 하도록 내버려 뒀다. 그 집은 부산 온천장 부근 재건축지였다. 촬영 당시 성진의 집만 남기고 다 철거한 상태였다. 철거해야 하는데 재건축조합 측에서 촬영을 위해 봐준 것이었다.

-진실을 찾는 기자 재진 역을 김상호 씨가 맡아 동네 친한 형으로 출연했다.

▶상호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남자 눈에 빠져들긴 처음이다. 둘이 대폿집에서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상호 눈이 슬퍼 보였다. 진실을 쫓는 기자가 보통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 눈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30여 년간 연기하면서 자신에게 한 약속이 있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선택한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일단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