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을 보니 원래 문장의 힘이라든가 기(氣)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런 기분을 독자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모쪼록 독자들이 원문과 함께 읽어서 사마천이 고심한 흔적을 조금이라도 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옮긴이 서문 중)

고전학자 장세후 박사가 사기열전·원문대역을 펴내면서 밝힌 참 소박한 바람이다. 이 소박한 바람을 이루고자 그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861~934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 3권으로 펴냈다.

사마천의 '사기'는 인류 문명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고전이다. 학문하는 이에게는 연구서이고, 꿈꾸는 이에게는 경세를 배우는 책이며, 인문학 애호가에게는 역사서이다. 문장을 놓고 보면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그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기'는 한국어 번역본이 많다. 완역본, 축약본, 편역서 등 형태도 다양하다. 경북대 퇴계연구소 전임연구원 장세후 박사가 이번에 내놓은 판본은 '사기' 가운데 인기가 매우 높은 '열전'을 원문 대역했다는 점에서 귀하다. 많은 연구자와 애호가가 '사기'가 갖춘 높은 문학적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데, 바로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원문 자체를 읽는다는 점에서 훨씬 엄밀한 독서를 할 수 있게 된 점도 크다.

친절한 편역본보다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사마천의 세계와 '사기'의 세계를 더욱 깊고 진하게 느끼게 될 것 같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