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석, 제주의 환상·일상 표현
- 박주호, 친숙한 쌀·그릇 재발견
- 배남주·한충석, 사슴 부엉이 묘사
- 변대용, 멸종위기 북극곰 조각
- 엔조, 공간에 그림 그리듯 생동감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은 '몽롱한 탐닉' 전을 열어 촉망받는 부산의 여섯 청년 작가를 소개한다. 강준석(33) 박주호(37) 배남주(32) 변대용(45) 엔조(31) 한충석(36)이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탐닉'. 무의식적으로 흘려 보내거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을 발견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탐닉한 작품이다.

한충석 작가의 작품.

부산 출신으로 제주에 사는 강준석 작가는 탄탄한 드로잉과 폭넒은 상상력으로 제주의 환상과 일상을 표현한다. 제주도의 따뜻한 기후 덕택에 그림에는 푸른 야자수의 푸른 색감이 주로 쓰인다. 푸른 빛 오름을 배경으로 숲속 토끼가 춤추고 걸어다니며, 강아지는 말하고, 마술 피아노에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박주호 작가의 작품.

박주호 작가는 고봉밥을 담은 그릇과 쌀 한 알 한 알을 재현한다. 선조의 붓글씨처럼 탄력 넘치는 붓질을 선보이지만, 화면은 대체로 정적이다. 한국의 미를 풍기면서도 서양의 색면 추상 같은 단순함 세련됨, 무한한 깊이감을 보여준다. '쌀' '그릇' 이미지는 가장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이 때로 가장 아름답고 새롭다는 깨달음을 준다.

배남주 작가의 작품.

배남주 작가는 '사슴'에 자신을 담아 세상을 응시한다. 작업실 주변을 오가며 봤던 지극히 실존적인 풍경에 자신의 기억과 경험, 꿈을 바탕으로 실존하지 않는 상상을 끌어낸다. 작품에는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미묘한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상상과 현실이 뒤섞여 아름답고 기이하다.

변대용 작가는 디즈니 캐릭터 같은 대중적 이미지를 차용해 조각품을 만든다. 유머와 우화, 팝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만지고 싶게 하는 매끈한 질감 등 화려한 겉모습은 관객이 작품에 다가가기 쉽게 한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한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부조리를 위트 있게 드러냈다.

엔조 작가의 작품.

엔조 작가는 조형의 기본 요소이자 일상생활과 밀접한 점, 선, 면을 새롭게 인식한다. 3차원 개체를 평면으로 끌고 들어왔다. 조각가들은 주로 3차원의 입체 조각을 만들지만, 엔조는 3차원을 2차원으로 구현한다. 흐르는 듯 리듬감 있는 선이 최소화된 색과 만나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생기를 불어넣는다.

광목천에 옅은 아크릴 물감을 수십 번 겹쳐 올려 작업하는 한충석 작가는 '부엉이'를 자신에 빗대 '관계성'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초기 한충석의 작품에 등장하던 부엉이는 실눈을 뜬 채 나무 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 눈치를 보며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했다. 세월이 흘러 아빠가 되고, 타인과 교류하고,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은 부엉이는 이제 관계를 통한 치유와 행복을 보여준다. 다음 달 28일까지.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변대용 작가의 작품.

강준석 작가의 작품.